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냉매에 대한 관리 체계 개선에 나선다. 회수 단계에 한정된 현행 전문 인력 기준을 사용·보관·폐기 전 과정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2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일 ‘냉매 취급 전문인력 제도개선 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냉매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대표적 물질이다. GWP는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영향 정도로,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영향을 1로 정했을 때 이와 비교해 나타낸 값이다.
즉 냉매처럼 GWP가 높은 경우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20냉동톤(RT) 이상 기기의 냉매를 회수하는 냉매 회수업자에 한해 시설·장비·기술인력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냉매 회수업을 등록한 곳은 총 765개소로 집계됐다.
한국냉매관리기술협회는 냉매 회수업을 운영하는 기술인력을 위해 양성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냉매 회수전문가 양성교육을 수료할 경우 기술인력으로 등록할 수 있고, 등록된 날로부터 4개월 이내에 신규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정부가 냉매 회수업과 관련해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냉매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커지는 데 비해 전문인력 제도가 회수 절차에만 그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냉매가 고정식 상업·산업용 냉동공조기기 외에도 자동차·트럭 등 여러 이동수단이나 가정용 에어컨·냉장고에 쓰이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제도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20RT 이상의 기기만 관리 대상이 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정부는 냉매 관리 대상 범위를 현행 20RT에서 향후 10RT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20RT 이상 기기는 1만5153대로 전체 상업·산업용 기기(약 99만대)의 1.5% 수준에 그치는 반면, 10RT 이상 냉매 사용기기는 약 33만7000대로 전체의 약 34%에 달해 냉매 관리가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냉매 사용부터 폐기까지의 전(全) 주기 관리 체계도 보완할 계획이다. 냉매 물질과 사용량 관리를 위해 2027년부터 냉매 사용기기 제조업체와 유지관리업체 등은 반기에 한 번씩 냉매 사용량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
냉매 취급 전문인력 제도를 개선하는 것 또한 이러한 정책 방향에 발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역시 유럽연합(EU)·미국·일본 등 주요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냉매 전주기 관리체계’ 도입에 따라 우리나라도 일원화된 전문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경우, 에어컨 설치 기술자는 기기 설치와 냉매 충전만 가능하고 냉매 회수와 재활용·폐기는 허가 받은 냉매회수업체만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범철 기후솔루션 메탄·수소불화탄소팀 연구원은 “한 명의 냉동공조기기 기술자가 설비의 설치, 냉매의 재충전, 냉매의 회수, 필요 시 안전 폐기까지 담당할 수 있는 일원화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부는 현행 기술인력 제도를 재검토하고, 국내·외 유사사례 조사를 통해 냉매 취급 전문인력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EU·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냉매 취급 전문인력 운영 사례를 조사해 참고할 예정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현재 장비·인력 기준을 정해둔 회수 외에 유지·관리 등에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면 전문성에 대한 기준 등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를 전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냉매의 주성분인 수소불화탄소(HFCs)를 대체할 수 있도록 ‘자연 냉매’와 ‘재생 냉매’를 활용하는 인력 양성 과정의 필요성도 언급된다.
HFCs는 대기에 누출될 경우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2400배 높은 온실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일부 국가는 HFCs를 대체할 후보로 ‘자연 냉매’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자연 냉매에 가연성을 띠는 물질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력 양성 과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 냉매를 회수해 정제 과정을 거쳐 재활용된 ‘재생 냉매’ 사용도 활성화하는 추세다. 재생 냉매를 사용하면 새로 냉매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생애주기를 늘려 장기간 냉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박 연구원은 “재생 냉매가 활성화되려면 더 이상 일회성 용기를 사용해 냉매를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재충전 냉매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며 “운반 용기가 변함에 따라 교육 내용과 연수 과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존하는 냉매 인력 양성 과정에 ‘재생 냉매’와 같은 새로운 개념을 포함해 ‘순환경제’ 원리에 따라 전 주기적 냉매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 기술자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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