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최선 다해 일군 금메달…여자 쇼트트랙 “서로를 믿었어요”[2026 동계올림픽]

[밀라노=뉴시스]김희준 기자 =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믿으며 자신의 역할을 차분하게 수행한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 금메달을 이뤘다.

8년 만에 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정상을 되찾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이야기다.

최민정, 김길리(이상 성남시청), 노도희(화성시청), 심석희(서울시청)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19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4초01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땄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최민정은 1번 레인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 선두 자리를 꿰찼다.

한국은 레이스 중반 네덜란드 선수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최민정과 가볍게 접촉하는 바람에 3위로 밀렸다.

그러나 4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최민정이 인코스로 파고들어 2위로 올라섰다.

2위로 배턴을 넘겨받은 마지막 주자 김길리는 인코스 추월에 성공하며 선두로 올라섰고, 결승선까지 이탈리아를 잘 견제해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갔다.

체격이 가장 좋은 심석희는 최민정이 한층 가속을 붙일 수 있도록 힘 있게 밀어줬고, 노도희도 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다른 국가를 잘 견제했다.

결승을 마친 후 밝은 표정으로 믹스드존에 들어선 대표팀은 “서로를 믿고 맡은 역할을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길리는 “선두로 나선 순간 무조건 1위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역전 당시 순간은 솔직히 말해 꿈 같이 지나갔다.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며 “결승선을 통과한 후로는 너무 기뻐서 언니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고 막판 역전극 순간을 떠올렸다.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과 여자 1000m 준결승에서 잇달아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던 김길리는 계주 결승 때에는 넘어지지 않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김길리는 “거의 네 발로 타는 것처럼 양손을 다 짚고 안 넘어지려고 했다. 또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첫 주자로 나선 최민정은 500m를 타듯 스타트를 끊었다고 했다. “선두에서 레이스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해 500m 때처럼 1위로 나서려고 했다”면서 “생각대로 잘 돼서 흐름을 이끌려고 했다”고 전했다.

넘어질 위기에 놓였던 최민정은 “다른 선수들도 당황하고 급해서 위험한 상황이 많았는데, 침착하게 대처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주자 김길리에게 2위로 배턴을 넘겨줬던 최민정은 “(김)길리를 믿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속도와 힘을 다 길리에게 전달하면서 밀어주려 했다. 길리라서 믿을 수 있었다”며 미소지었다.

최민정의 터치를 받은 김길리는 “언니 손이 닿자마자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의 아리안나 폰타나 선수가 워낙 좋은 선수라 빈틈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그래도 길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번째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건 심석희는 “금메달을 땄을 때마다 팀원들을 잘 만나서 나도 좋은 성적표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했다.
가볍고 순발력이 좋은 최민정을 강하게 밀어줘 한국이 3위에서 2위로 올라서는 데 힘을 보탠 심석희는 “다른 선수들이 앞에서 잘해줘 믿고 있었다. 미는 구간에서 추월하는 경우는 연습을 워낙 많이 했다. 훈련한 것이 경기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결승을 마친 후 눈물을 쏟은 것에 대해 심석희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결승 경기 내에서도 힘든 과정이 많았다. 우리 선수들이 다같이 잘 버티고 이겨낸 것에 벅찬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나왔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역시 결승에서 좀처럼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며 제 몫을 해낸 노도희는 “중간에 위기가 있었는데 각자 자기 자리에서 침착하고 차분하게 최선을 다한 것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준결승에 출전해 한국의 결승 진출을 돕고 결승 때 응원전을 펼친 맏언니 이소연은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후배들이 큰 선물을 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친 이소연은 “동생들이 멋지게 해줘서 소리를 지르면서 봤다. 오랫동안 함께 해서 정이 많이 들었다. 동생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시상식에서 맏언니 이소연을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올라서게 한 후 손을 모아 돋보이게 했다.

김길리는 “다같이 맏언니를 돋보이게 해주자고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언니가 올라가면 다같이 올라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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