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대법 vs 헌재, 해묵은 갈등 최고조…양측 논리 보니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여권에서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다시 다퉈볼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해묵은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과 헌재는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의결된 이후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자료를 내며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출근길에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작심 발언했다. 이튿날 헌재는 자료를 내 대법원의 ‘위헌’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는 이를 다시 반박하는 글이 게시됐다.

본회의로 보내진 법안을 보면 재판소원은 ‘확정된 재판’에 한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이뤄진 재판이거나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법률을 어겨 기본권을 침해한 게 명백할 때에 한한다.

재판소원의 청구 가능 기간은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로 정했다. 또 헌재의 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재판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법 “소송지옥·4심제”…민사 확정 평균 3년 반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헌재는 확정된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 경우 법원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재판을 반드시 다시 하도록 정했다.

앞서 대법은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재판 지연과 소송비용 증가,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했다. 또 독일에서 재판소원 인용률이 0%대에 그치는 점을 들면서 “소송 비용만 과다하게 지출하도록 하는 희망고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적체가 고질적인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법의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 2024년 상고심 확정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민사가 1271.1일, 형사가 585.6일(1심 합의부 기준)이다. 민사는 평균 3년 반, 형사는 1년 7개월 이상 소요됐다는 이야기다.

헌재도 적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2024년 기준 평균 사건처리 기간이 724.7일로 2년에 이르고 있다.

◆헌재 “재판으로 침해된 기본권 구제 봉쇄돼 있다”

헌재는 지난 13일 참고자료를 통해 “재판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는 재판소원이 유일하다”라고 밝혔다. 확정 재판도 일종의 공권력으로, 그 잘못으로 기본권을 침해 받은 사람이 구제를 받을 창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헌재의 의견이다.

국민 누구라도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되며, 이는 속도나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헌재도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극히 일부에 그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재판소원 본안이나 가처분 사건이 접수되면 지정재판부 사전심사에서 각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재판을 질질 끄는 원인이 될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비용 부담을 뜻하는 ‘소송지옥’ 표현은 반박한다. 헌법소원심판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청구서에 인지를 붙이지 않고, 당사자는 서류 송달료도 낼 필요 없다. 헌재는 국선대리인 선임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대법 “위헌” vs 헌재 “합헌”…헌법 해석 제각각

대법과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가 헌법에 부합하는지, 어긋나는지 여부를 놓고도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쟁점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 등이다. 헌법이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처럼 두 기관의 권한을 수평적, 독립적으로 배치해 놓은 점도 양측 주장의 근거로 거론된다.

대법은 위 조항을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되 최고법원인 대법의 재판을 끝으로 해야 함을 명시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재판소원은 재판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헌재가 마치 법원의 상위 기관처럼 권한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이런 ‘헌재 위에 대법’식의 해석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대법 상고심이 하급심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를 손대지 않는 것처럼, 헌재의 재판소원도 기본권에 대한 헌법 해석만 다시 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헌법 111조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심판’을 헌재의 권한으로 선언하고 있는 만큼 헌재는 재판소원 허용이 입법자, 즉 국회 재량이라고 본다.

◆해묵은 양측 논쟁…與, 이달 내 본회의 통과 목표

재판소원을 둘러싼 대법과 헌재의 갈등은 오래됐다.

헌재는 지난 1997년 12월, 2022년 6월과 7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총 3번에 걸쳐 취소한 사례가 있다. 헌재가 법원의 법 조항을 해석·적용하는 방식을 ‘한정위헌’ 결정했는데, 대법이 받아들이지 않자 헌재가 다시 재판을 취소하는 형식으로 충돌한 전례가 있다.

다만 최근 일련의 갈등은 지난해 5월 1일 대법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은 재판소원 도입법과 함께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법 왜곡죄 도입법(형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 상정한 상태다. 이르면 이달 안에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