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최소 20년간의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안한 15년 안보 보장안보다 강화된 요구다.
15일(현지 시간)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우크라이나가 존엄성을 지키며 평화 협정에 서명하려면 최소 20년간의 법적으로 완전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평화 협정 체결 시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예정인 유럽 안심군(reassurance force)에 대해 미국이 어떤 지원을 제공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발언은 17~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러시아·미국·우크라이나 3자 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젤렌스키는 “다음 주 열릴 3자 회담이 진지하고 실질적이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도 “각 측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양보’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점을 지적하며 “양보는 너무 자주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만 논의되고 러시아는 제외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미국이 압박해온 ‘5월 조기 대선’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5월 15일까지 대통령 선거와 평화 협정 관련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할 것을 권고했지만, 젤렌스키는 “휴전 선언 이후 최소 2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다”며 “유권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평화가 신속히 올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을 공개하며 “그곳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살고 있어 그런 양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분쟁 지역 일부를 ‘자유경제구역’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타협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평화 협상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이 배제되고 있는 상황을 “큰 실수”라고 비판하며,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시점을 명확히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부 EU 관계자들은 2027년을 목표 시점으로 거론하고 있다.
러시아를 향한 메시지도 강경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의 노예”라고 표현하며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내 모든 발전소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의 월간 사상자를 5만 명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하는 이란 정권을 향해 “시간을 주면 더 많은 파괴를 불러올 뿐”이라며 “아야톨라 체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은 하나”라며 협력 의지를 밝혔지만, 이 역시 기후·이민·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미국이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압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미·유럽 간 안보 보장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외교적 돌파구가 단기간에 마련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유럽 지도자는 “푸틴은 아직 경제적·군사적으로 소진되지 않았다”며 최소 2년간 전쟁이 더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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