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소방청이 소방차 출동을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을 늘리기 위해 집행에 적극적인 소방관과 소방관서를 대상으로 상훈·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2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불법 주·정차 등 통행 방해로 인해 소방차의 현장 도착이 지연된 사례는 43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남 6건, 전남 4건, 대구·충남·전북 3건, 광주·대전·경북 2건, 부산·강원·충북·제주 1건 순이었다. 반면 서울과 인천, 울산, 세종, 경기북부, 창원 등에서는 도착 지연 사례가 없었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차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은 제거하거나 강제로 이동킬 수 있다. 위법하게 통행을 방해한 차량을 강제 처분한 경우 손실보상 의무도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불법 주·정차에 대한 강제처분이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간 소방차 통행을 방해한 차량에 대해 강제 처분이 집행된 사례는 전국적으로 5건에 불과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5년 1건이다. 2024년에는 강제처분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강제 처분은 크게 다섯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소방차가 차량 파손을 감수하고 불법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지나가거나, 견인차를 불러 차량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1년 4월에는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던 소방차가 좁은 골목길에 불법 주차된 차량에 가로막히자, 해당 차량을 접촉한 채 그대로 지나간 사례가 있었다. 이 외에도 소방차로 차를 밀어 이동시키거나 구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차 위로 사다리차를 세우는 방식 등이 있다.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대원들 대다수는 이 같은 강제처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소방청이 지난해 8월 소방공무원 4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9.8%가 강제처분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럼에도 강제 처분이 저조한 이유는 민원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적으로는 강제처분 근거가 마련돼있어도 처분 이후에 차주의 민원이나 손해배상 요구가 두려워 집행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또 강제 처분이 필요한지 여부를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데, 긴급한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8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현장 대원들이 (불법 주·정차에 대한 강제처분과 관련해)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는 119상황실이 판단해서 명확히 지시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일선 소방관들이 자기 책임을 져야 되는 부담을 덜어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소방청은 현장 소방대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제처분 여부 결정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에는 출동 대원들이 현장에서 통행 방해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 여부를 직접 판단하고 이후 민원이나 손해배상 대응까지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현장 지휘관과 119상황실이 함께 판단하는 체계로 개선된다. 현장에 출동한 대원이 무전으로 현재의 상황을 공유하면, 상황실에서 소방차 전방 카메라와 관제시스템을 통해 현장을 확인한 뒤 강제집행 여부를 권고하는 식이다.
강제처분을 실시한 현장 대원에 대한 인사·평가상 불이익을 금지하고, 강제처분 집행을 늘리기 위한 평가 지표와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국 시·도 소방본부의 소방정책 추진 실적을 평가하는 소방 지표에 강제처분 실시 현황을 새로 반영할 방침이다. 강제처분 집행에 적극적인 소방관서나 개인에 대해서는 상훈이나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민원과 보상, 소송 등 사후 행정업무를 별도의 전담 부서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장에서 차량 파손 등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출동 대원이 직접 차주에게 설명하거나 보상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전담 인력이 대응을 맡는 식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검토 단계”라며 “강제처분 집행에 관한 교육도 확대하도록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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