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H-1B 수수료 인상 부담…빅테크보다 스타트업에 직격탄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 비자 H-1B 신청 수수료를 건당 10만 달러(약 1억4500만원)로 인상한 가운데, 그 부담이 빅테크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알파벳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범위에서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H-1B 소지자나 학생, 기타 비자 소지자 등이 대상이다.

빅테크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은 OPT(졸업 후 현장실습) 프로그램이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은 통상 1년간 임시 취업이 가능하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자는 2년을 추가 근무한 뒤 H-1B로 전환할 수 있다. 비자 수수료 부담은 없다.

빅테크 기업은 고액 연봉을 제시할 자금력이 있고 해외 지사에 인력을 배치하는 등 선택지가 다양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부 기업은 최근 몇 년간 불확실성에 대비해 H-1B 채용을 줄여왔으며, 채용을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다수의 중소기업은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거나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소규모 기술 기업 단체 ACT의 모건 리드 회장은 “대기업은 대응할 수 있지만 소기업은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기업에 대한 수수료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리미디의 한 임원은 “10만 달러 수수료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최근 직원 1명이 해외 지사가 있는 기업으로 이직했다. 정책 변화로 미국을 떠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다른 회사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업무 특성상) 인력 풀이 제한적”이라며 “대기업처럼 대응하려 해도 고임금 지급이 부담”이라고 했다.

이민 강경파를 중심으로 일부 기업이 H-1B 비자를 활용해 미국인 근로자를 저임금 근로자로 대체한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이에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단속의 일환으로 H-1B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했다.

당초 1000달러였던 수수료를 100배 올린 10만 달러로 인상하고, 고임금 근로자에게 가중치를 부여한 ‘차등 추첨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술 정책 자문 회사 캡스톤 부사장 닐 수리는 “이민 강경파와 기술 업계 사이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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