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징역 23년 선고’ 이진관 판사 다시 대면…짧게 목례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헌법재판관 미임명 및 졸속 지명 의혹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이 첫 재판에서 직무유기가 성립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한 전 총리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한 이진관 재판장을 약 20일 만에 법정에서 대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이 선고돼 수감 중인 한 전 총리는 흰색 와이셔츠에 곤색 양복을 착용하고 법정에 들어선 뒤 피고인석으로 가 앉았다.

이 재판장이 피고인들의 출석 여부 확인을 위해 한 전 총리의 이름을 부르자, 한 전 총리는 “네”라고 답하며 목례했다. 한 전 총리 등 피고인들은 모두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공소사실을 설명하자 한 전 총리 측은 “직무유기는 직무를 저버린다는 인식 하에 성립하지만, 피고인은 임명을 거부하거나 저버린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은 “(임명) 거부가 아니었고 호소였다”며 “헌재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호소였으므로 여야 합의에 따라서 임명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이 10여일 지연된 것에 대해 “트럼프 관세 대응과 초유의 산불 사태 등 범정부적 대응이 시급했던 상황”이라며 “통치자의 숙명으로서 며칠 늦었다고 수갑을 채우는 것은 가혹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최 전 부총리 측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자를 취사 선택할 수 없었으며, 이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결정이었으므로 직무유기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취임 직후 재판관 2인을 임명해 헌재 기능을 정상화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근거로, 헌재를 무력화해 탄핵을 막으려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실장 측은 헌법재판관 지명과 임명은 대통령(또는 권한대행)의 통치 행위에 가까운 재량권이며, 이를 보좌하는 실무 과정 역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 측은 인사검증의 경우 법령에 정해진 필수 절차나 기간이 없는 ‘임명권자의 고유한 재량’ 영역이므로, 신속한 검증을 진행했다고 해서 이를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재판장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증거에 동의할 경우 증인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으나, 방어권 침해 목적이 아니라는 취지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점 등을 고려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라고 판단하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한 전 총리에겐 대통령실 인사들과 함께 소통하며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없이 함상훈·이완규 후보자를 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혐의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 혐의와 관련해 함께 재판을 받는다.

최 전 총리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방치하는 데 가담한 혐의와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지시 문건이나 당시 상황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수석과 이 전 비서관은 헌재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를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부실하게 진행해 인사정보관리단(법무부) 등의 정당한 검증 권한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정 전 실장은 이들의 부실 검증 및 임명 강행을 지휘하거나 승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한 전 총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합의33부는 그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특검 구형보다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한 재판부이기도 하다.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는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일련의 조치들이 형법 제87조가 정한 ‘내란’의 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 및 폭동’을 모두 충족한다며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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