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혜진과 무궁무진한 엄마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그건 제가 엄마라서 그래요.”

배우 장혜진(51)은 말하자면 엄마배우다.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린 ‘우리들'(2016)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에서, 그리고 지난해 관객과 평단 모두가 올해의 한국영화로 꼽은 ‘세계의 주인'(2025)에서도 그는 엄마였다. 장혜진이 엄마 연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가 엄마를 맡을 때마다 그의 연기는, 그의 영화는 더 빛났다. 실제로 장혜진은 20대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새 영화 ‘넘버원'(2월11일 공개)에서도 그는 엄마다. 밥을 해주고,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엄마 말이다.

장혜진에게 ‘당신이 엄마를 연기할 때 관객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그건 내가 엄마라서 그렇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엄마 역할은 블루오션”이라고 했다. “‘기생충’을 찍었을 때 제가 45살이었어요. 20대 자식을 둔 역할을 맡기엔 어린 나이였죠. 그러니까 다른 여성 배우들보다 나이가 있는 엄마 연기를 빨리 시작한 거예요. 그때부터 정한 겁니다. 난 엄마로 포지션을 잡아야겠다. 제가 실제보다 화면에서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긴 해요.(웃음)”

배우 최우식과 함께한 ‘넘버원’은 하민과 그의 엄마 은실의 이야기다. 하민은 고등학생 때 눈앞에 정체불명의 숫자를 마주하게 된다.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고 자신만 보이는 이 숫자에 당혹스러워 하던 그는 이 숫자가 엄마밥을 먹을 때마다 하나 씩 줄어들고 0이 되면 엄마가 죽게 된다는 걸 알고 엄마가 해준 음식을 거부하게 된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첫쨰 아들과도 이별한 은실은 유일한 자식인 하민이 자신이 해준 음식을 먹지 않는데다 고향 부산을 떠나 아예 서울로 올라가버리자 내심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된다.

장혜진은 이 영화에서도 정말 엄마 같다. 눈물이 말라버릴 정도로 깊은 상실감을 안고서도 꿋꿋이 버텨가는 근성이 엄마 같고, 자기 몸 돌볼 줄 모르고 아들이 보내준 돈이 아까워서 쓸 줄 모르는 억척스러움이 엄마 같고, 그러면서도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게 엄마 같다. 그래서 장혜진이 활짝 웃거나 또는 종종 무너져내릴 때 관객은 그 심정을 알 것만 같아서 같이 울고 웃게 된다. 장혜진은 자신의 엄마 연기를 “과몰입”이라고 표현했다. “전 메소드 연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좀 힘든 장면을 찍기 전엔 며칠 전부터 실제로 아파요.”

“제 또래에 연기 잘하는 배우, 예쁜 배우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전 엄마로 빠르게 자리를 잡은 거죠.(웃음) 저만의 작전이랄까요. 다른 여성 배우들이 하지 않으려는 주변부에서 치고 들어간 거죠. 60살까진 엄마 자리를 지켜보고 싶습니다. 엄마라고 다 똑같은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매번 엄마를 해도 지겹지 않고 재밌어요. 엄마는 무궁무진해요. 그래서 제가 엄마 역할은 블루오션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 변주가 정말 재밌습니다.”

최우식과 모자 호흡을 맞춘 건 ‘기생충’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엄마 연기를 자주한 장혜진인데도 한 배우와 다시 한 번 엄마·아들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혜진은 “우식이에겐 항상 받기만 한다. ‘기생충’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내 아들이 우식이처럼 야무지게 크면 좋겠다”고 했다. “우식이와 또 만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저희 둘 모두 ‘기생충’ 이후 각자 활동하다 또 이렇게 만날 수 있던 건 아마 저희 둘 모두 각자 일을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제가 우식이한테 해준 게 없어서 큰일입니다. 현장에서 ‘우리 우식이 잘한다’ ‘우식이 화이팅’ 이런 거 말고는요.(웃음)”

장혜진이 약 9년 간 연기를 하지 않았고, 연기를 다시 시작하고나서도 10년 가까이 무명이었던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쳐 얻게 된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했다. 그래서 장혜진은 “지칠 수 없다. 매번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제가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웃음) 아마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면 뻗어버릴 거예요.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순 없죠. 제가 언제 연기를 다시 하겠어요. 지금 해야죠. 또 현장이 주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함께 일하며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 너무 아름다워요. 이 시간이 고맙고 감사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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