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것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차라리 어떤 ‘의식’에 가깝다. 혹은 화려한 수사로 가득 찬 K-팝이라는 문장에서, 마침내 군더더기를 다 털어낸 담백함이다.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은 그룹 ‘몬스타엑스(MONSTA X)’가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펼친 월드투어 ‘더 엑스 : 넥서스(THE X : NEXUS)’의 마지막 날 무대 위에서 팀의 막내 아이엠(I.M·임창균)이 팬들 앞에서 직접 머리카락을 깎는 ‘삭발식’을 거행한 것이 그 보기다.
수천 개의 응원봉이 뿜어내는 빛의 소란 속에서, 이발기의 진동 소리가 유일한 질서처럼 무대를 장악했다.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툭, 툭 떨어질 때마다 몬베베는 아이엠의 본명 “임창균”을 외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상실의 소리가 아니라, 한 시절을 완성한 자들만이 낼 수 있는 성숙의 파열음이었다.
오는 9일 육군 현역 입대를 앞둔 아이엠의 이날 삭발식은 팬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팬들이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아이돌에게 헤어스타일은 자본이 투여된 ‘페르소나’의 일부다. 그것을 무대 위에서 없애는 행위는 아이돌로서 기회를 잠시 유보하고 ‘자연인 임창균’의 본질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다.
몬스타엑스 특유의 뜨거운 에너지가 ‘발산’이라면, 아이엠의 정서는 막내임에도 언제나 그 열기를 안으로 갈무리하는 ‘응축’에 있었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간 그의 두상은 꾸밈없는 날 것 그대로였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떤 무대 의상보다 화려해 보였다.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삭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드문 일이다.
이번 투어 타이틀인 ‘넥서스(NEXUS)’는 연결을 넘어선 결속을 의미한다. 셔누, 민혁, 기현, 형원, 주헌 그리고 아이엠 6인 완전체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단순히 춤과 노래의 합(合)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11년이라는 시간의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낸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육체적 문체였다.
‘뷰티풀 라이어(Beautiful Liar)’, ‘엘리게이터(Alligator)’, ‘슛 아웃(Shoot Out)’ 등 이들을 대표하는 무대는 여전히 압권이었고, 6인6색 솔로 무대는 멤버들을 저마다 각인시켰다.
‘짐승돌’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낡았다. 그들의 근육과 땀방울은 보여주기 위한 전시물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지탱해온 기둥처럼 보였다. 특히 형들이 모두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막내의 입대를 배웅하는 구도는, 이 그룹의 서사가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생의 공동체로 진화했음을 증명한다.
무대 위 6명은 서로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으나, 구속이 아닌 지지였다. 아이엠의 삭발을 지켜보는 형들의 눈빛에는 “다녀오라”는 가벼운 인사 대신 “우리가 너의 자리를 괄호 치고 기다리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
음악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순간도 음악의 일부이듯, 아이엠이 부재할 올해와 2027년 역시 몬스타엑스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무대 위에 흩어진 아이엠의 머리카락은 잘려 나간 과거가 아니라, 그가 다시 돌아와 새로 써 내려갈 미래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열렸다. 몬스타엑스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월드투어 ‘더 엑스 : 넥서스’의 포문을 여는 무대다. 이후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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