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정풍기 인턴기자 = ‘하객 알바’는 20·30대 청년들에게 더 이상 낯선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하객 알바는 말 그대로 예식장에 참석해 신랑·신부의 지인인 것처럼 자리를 지키며 빈 좌석을 채우는 일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하객 알바는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이색 체험’이 아닌 ‘부담 없는 단기 알바’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중고거래 플랫폼, 결혼 준비 카페, 오픈채팅방 등에는 ‘하객 구합니다’라는 모집 글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상시로 올라온다.
통상 하객 알바는 식사 제공 여부에 따라 크게 나뉜다. 여기에 친구·대학 선후배·직장동료 등 구체적인 역할이 되거나, 대면 면접, 예식 후 뒤풀이 참여 등 구체적인 조건이 더해지며 최종 보수가 정해진다. 하객의 외모나 경험 횟수에 따라 추가 수입을 주는 대행업체도 있다.
기자가 이달 경기도의 한 예식장에서 직접 참여해 본 하객 알바는 식사가 제공되지는 않고 단체사진 촬영만 참여하면 되는 ‘난이도 하(下)’ 수준의 알바였다. 신랑이나 신부의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척을 할 필요도 없었다. 말 그대로 ‘머릿수만 채우는’ 역할이다.
하객 알바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뤄졌다.
아르바이트 앱에 올라온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하객 대행업체 관계자와 연결된다. 나이·성별·사진 등 신원 확인한 후 승인된 ‘알바생’은 오픈채팅방에 초대돼 집합 시간과 장소, 예식장에서의 행동 지침을 전달받는다.
지정된 날짜와 시간에 예식장에 도착하면 업체 측으로부터 ‘도착 인증 부탁드립니다’라는 지령을 전달받는다. 결혼식장을 배경으로 얼굴이 나온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는 것으로 출근 인증이 완료된다.
이후 ‘반갑게 축하 인사를 해 달라’, ‘과도한 행동은 삼가 달라’ 등의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이어진다. 예식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예식이 시작되면 좌석에 앉아 적당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단체사진 촬영을 마친 뒤 눈에 띄지 않게 사라지는 걸로 일은 끝이 났다. 전체 소요 시간은 약 1시간이었다. 약속된 페이 2만원은 당일 계좌로 송금됐다.
20·30대 청년들이 하객 알바에 뛰어드는 것은 진입 장벽이 낮고 단기간에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객 알바는 별도의 기술이나 경력이 필요 없고, 사전 교육도 최소화돼 있다. 또 서비스직이나 감정노동 등 다른 알바에 비해 대인 관계 부담이 적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날 하객 알바에 참여한 20대 A씨는 “겉으로는 박수를 쳤지만, 사실 개인적 관계가 전혀 없는 분을 축하한다는 점에서 연극의 관객이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알바인 게 티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가보니 예상보다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다”며 “짧은 시간 안에 비교적 쉽게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하객 알바의 장점”이라고 했다.
또한 과거에는 ‘속이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선 하객 알바가 하나의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서 ‘서로 필요가 맞아떨어지는 거래’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평택에서 온 30대 B씨는 “이번이 세 번째 하객 알바”라며 “알바비가 많지는 않지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누군가의 결혼식을 도와주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객 알바를 고용하는 신랑·신부의 가장 큰 이유로는 하객 수에 대한 부담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심리가 꼽힌다. 결혼식은 여전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라는 사회적 기대가 강하게 작동하는 자리다. 빈 좌석이 많으면 예식이 초라해 보이거나, 신랑·신부는 물론 양가 가족의 체면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다.
실제로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는 “하객이 너무 적어 보일까 걱정된다” “사진이 남는데 빈자리가 신경 쓰인다”는 글이 반복해서 올라온다. 신혼부부끼리 품앗이를 맺어 빈자리를 채워주는 경우도 흔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선택을 넘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와 관계의 축소가 맞물린 사회적 변화로 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사적 영역이 개인이나 가족을 통해 충족됐지만, 최근에는 삶의 많은 영역이 시장으로 넘어오는 변화를 겪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결혼식처럼 가족과 친지가 맡던 역할도 외부 인력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친족 관계가 예전만 못해 경조사 참여가 줄어들면서 예식 행사 자체를 알바 형태로 채우는 수요가 생겼다”라며 “여기에 소득을 얻으려는 공급이 맞물리면서 하객 알바라는 새로운 일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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