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윤정 “동화 속 주인공 된 기분이었죠”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촬영 내내 동화 속에 푹 빠져 있다가 나온 느낌을 받았어요. 작가님들이 아기자기한 세계관을 만드시고 저를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살게 해주셨죠.”

배우 고윤정(29)은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종영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품을 마친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고윤정은 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한순간에 글로벌 톱스타가 된 차무희를 연기했다. 달달한 로맨스에 더해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표현해 시청자 호평을 받았다.

고윤정은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통해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와 ‘환혼'(2022) 이후 두 번째 인연을 이어갔다. 개인적으로는 로맨스물의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고윤정은 로맨스물 첫 주연을 맡은 소감에 대해 “장르물이나 판타지는 제가 상황을 만들어 연기를 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게 했지만, 로맨스는 모두가 한 번 씩 느꼈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연기를 해야 해서 많이 어려웠다”며 “모두가 아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글로벌 톱스타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그는 “여배우 설정이라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작품에서 입은 착장이 100벌 정도 됐다”며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옷을 갈아 입는 시간이 많이 소요됐는데, 아마 제가 옷을 갈아입는 데 가장 빠른 배우로 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는 두 번째 만남에서 고윤정에게 특별한 당부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개별 신에 대해서 주문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환혼’처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저를 믿어주신 것 같다”고 했다.

고윤정은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 작품을 ‘동화’로 표현했다. 그는 “‘환혼’ 때도 그랬지만 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촬영을 마치고 나니 재밌는 16부작 드라마를 보고 TV를 끌 때 느껴지는 허전함이 느껴졌다. 작가님들은 항상 아기자기한 세계관을 만들고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살게 해주시는 게 대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무희는 동화 속 주인공처럼 하루 아침에 톱스타가 됐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인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고윤정은 차무희의 불안에 대해 “모두에게 인정과 환대를 받고 그 응원과 사랑들이 꿈꿔왔던 순간이지만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에 불안도 공존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고윤정은 배역과는 반대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려 스타덤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지만 차무희의 불안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무희만큼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제가 무희라도 계속해서 의심하고 자기 검열을 했을 것 같다”며 “저도 일이 잘 될수록 이 행복이 오래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말이나 행동, 판단을 잘못하면 모든 게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무희도 불안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극 중에서 차무희가 가진 불안은 또 다른 자아 ‘도라미’라는 인물로 표현된다. 고윤정은 “처음에는 4부까지 대본을 받아서 도라미가 현실로 튀어나올 줄 몰랐다”며 “그저 망상 속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현실에 등장하는 설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고윤정은 이 작품을 통해 1인 2역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그는 “부담도 됐지만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연기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설레는 마음이 조금 더 컸던 것 같다”며 “무희가 돌려 말하지만, 도라미는 되게 직설적이고 자유분방해서 연기하면서 시원한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극 중에서 도라미는 차무희가 전하지 못한 진심을 주호진에게 전달하곤 한다. 고윤정은 “도라미가 무희의 불안과 두려움에서 발현됐지만 사실 무희가 외면한 부분을 대면하게 한다. 속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며 “도라미가 무희와 호진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했다.

고윤정은 도라미가 별개의 인물처럼 보이지만 차무희라는 교집합에서 만나게 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무희는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말이나 행동을 돌려서 했다면, 도라미는 오히려 반대로 막말을 해서 무희가 상처받지 않게 보호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기적으로도 도라미와 차무희에 큰 차이를 두진 않으려 했다. 고윤정은 “두 캐릭터의 간극이 크면 받아들이는 시청자나 연기하는 저도 어색하거나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무희는 사랑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을 조심스럽게 연기했고, 도라미는 악동 같은 면을 연기에 녹였다”고 했다.

실제 고윤정은 차무희와 도라미 중 누구를 더 닮았을까. 그는 “도라미를 더 닮은 것 같다”며 “저는 돌려 말하지도 못하고 돌려 말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 무희의 대사는 핵심을 포장한 말이 많아서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도라미는 속 시원하고 연기할 때도 훨씬 편했다”고 했다.

고윤정은 톱스타 차무희처럼 이 작품이 공개된 이후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만명을 돌파했다. 그는 “의미 부여를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닌데 하게 됐다”며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저에겐 특별한 작품”이라고 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공개 이후 고윤정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태호 PD의 새 예능에 출연하고 있고, ‘나의 아저씨’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신작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차기작으로 확정했다.

고윤정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상대역을 맡은 김선호를 언급했다. 그는 “선호 오빠가 저보다 10년 정도 연기 생활을 더 했는데 너무 즐기면서 연기를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며 “딱 10년 후의 모습은 오빠처럼 즐기면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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