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진이 로봇 팔에서 분리돼 독자적으로 이동하며 물체를 집을 수 있는 분리형 로봇 손을 개발했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이 로봇 손은 로봇 팔에 자석으로 부착돼 작동할 수도 있으나 필요할 경우 스스로 이동해 물체를 집은 뒤 다시 로봇 팔로 돌아와 결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로봇 손이 여러 개의 손가락을 장착할 수 있으며, 손가락이 양방향으로 구부러져 다양한 방향에서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손 디자인은 자연계 생물에서 착안했다. 연구진은 문어가 바닷속에서 이동하며 조개껍데기를 열거나, 사마귀가 앞발을 이용해 움직이고 먹이를 포획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로봇 손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로봇 손이 산업 현장이나 탐사 환경, 재난 지역처럼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좁고 위험한 공간에서 물체를 꺼내야 하는 상황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EPFL 공과대학 학습 알고리즘·시스템 연구소 소장 오드 빌라드는 “가구 밑이나 선반 뒤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 하거나, 병을 들고 과자를 집는 것처럼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려 할 때 인간 손의 한계를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손이 도구 제작, 음식 준비, 주거지 건설 등 인류 생존에 필수적이었지만, 비대칭적인 엄지 구조와 손이 팔에 영구적으로 붙어 있다는 점 등 생물학적 한계로 인해 특정 상황에서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험에서 로봇 손은 기본적인 쥐기 동작 뿐 아니라 사람에게는 어려운 정교한 손재주도 구현했다. 연구진은 여러 물체를 동시에 잡거나, 엄지와 검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물체를 집는 동작 등을 시연했다. 실제로 이 로봇 손은 최대 3개의 물체를 동시에 잡을 수 있으며, 물건을 등에 싣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각 손가락은 소형 전기 모터로 구동되며 가벼운 3D 프린팅 관절로 연결돼 사람 손가락처럼 구부리고 펼칠 수 있다. 다만 사람 손과 달리 관절이 앞뒤로 모두 굽혀지는 구조여서 손목을 회전시키지 않고도 다양한 방향으로 물체를 집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손가락 끝에는 마찰력을 높이기 위한 부드러운 실리콘 층이 덧대어져 있어 물체를 더 단단히 잡고 이동 중 접지력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잡을 수 있는 물체의 개수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으며, 더 많은 물체를 다루고 싶다면 손가락을 추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이 인간의 의수 개발이나 신체 능력 확장(사지 증강)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