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한미관계 흔드나…투자사들, 美정부 조사 요구(종합)

[워싱턴·서울=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구자룡 기자 = 쿠팡의 미국 투자회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상대로 차별적 대우를 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를 발송했는데,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촉발된 쿠팡 문제가 한미 갈등 요인이자 국제 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는 모습이다.

22일(현지 시간) 미 액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옥스 등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쿠팡에 대한 한국의 행위를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른바 ‘301조’는 미국 정부가 해외 시장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USTR은 청원서 접수 후 45일 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그린옥스 등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중재 재판도 예고했다.

ISDS 중재의향서는 청구인이 국제 중재 재판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상대 국가에 통보하는 절차다. 그 자체로 중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향서 제출 90일 이후 정식으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사실상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중재 절차를 밟겠다는 경고다.

한국 법무부는 앞서 “관련된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민의 알권리 및 절차적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며 중재의향서 제출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USTR이 요청을 받아들여 조사에 착수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잠재적 보복 조치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양국이 갈등을 겪으면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정식으로 국제중재가 제기돼 천문학적 금액의 배상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수년간 지속되는 상황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그림이다.

액시오스는 “미국 벤처 투자자들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조치는 한미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린옥스는 11억달러 이상의 쿠팡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 조치로 수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알티미어의 경우 약 2억1000만달러 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를 대리하는 미 법무법인 코빙턴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상대로 보낸 중재의향서를 이날 공개했다.

이들은 한국 당국이 쿠팡에 대해 수년간 선택적인 정부 법 집행을 수행해 왔으며 지난해 발생한 소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 이후 이러한 행태가 더욱 강화되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데이터 유출 사건 이후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쿠팡을 상대로 여러 정부 기관을 동원해 반복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상업 계약을 차단했으며, 회사를 파산시키기 위한 제재 조치를 공개적으로 위협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최근 발언도 문제삼았다.

이들은 “이 대통령은 한국 내에서,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양극화된 인물인데 부분적으로 그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동맹국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반미 성향이라 미국 기업이 쿠팡을 차별 대우한다는 논리로 보인다. 이들은 “이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초기부터 미국에 대해 일반적으로, 쿠팡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대적인 발언을 내놨다”고 적었다.

또한 김 총리가 지난달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마피아 소탕해서 시장질서 잡을 때의 각오를 갖고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쿠팡을 겨냥한 것이라 주장했다. 당시 김 총리 발언은 제재 당국의 분발을 요구한 것이었는데, 이를 쿠팡과 직접 연결지은 것이다.

이들은 또 USTR 청원서에서 한국 정부의 행위로 인해 쿠팡의 시가총액이 수십억 달러 감소했으며 연기금을 포함한 미국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6개월 동안 주가가 34.24% 하락해 현재 52주 최저가인 19.02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는 쿠팡 주가의 실적과 일맥상통한다고 인베스팅닷컴은 전했다.

청원서에는 한국 당국이 김범석 의장을 포함한 여러 쿠팡 임원(미국 국적자)을 형사 고발하기 위해 한국으로 불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미국 기업을 희생시키면서 한국 시장에서 국내 및 중국 경쟁업체에 이익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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