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교육부가 교사 개인 대신 기관이 대응하는 민원 시스템을 확립하고, 민원 접수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교권보호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겠다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교사가 민원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와 함께 이같은 내용의 ‘학교민원 대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폭행, 성희롱, 불법정보 유통 등 중대한 교권침해 행위가 발생하면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심의해 관할청(교육감)이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고발 절차·방법 등을 매뉴얼에 담는 내용이 포함됐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학교장 처분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침해 행위의 중지 및 경고, 퇴거 요청, 출입 제한 등 학교장의 처분 권한과 조치 사항도 명시했다.
교사 개인 대신 기관이 대응하는 민원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민원 처리 세부 매뉴얼을 마련해 안내한다. 학교에서 민원을 접수·처리하는 민원대응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민원대응팀의 법제화를 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학교 단위 민원 접수 창구를 학교 대표번호와 온라인 학부모 소통 시스템인 ‘이어드림’ 등 학교가 미리 정한 창구로 단일화하고, 교사 개인 연락처나 SNS를 통한 민원 접수는 금지된다. 이어드림은 학교생활 상담, 민원 사전 예약·이력 관리와 함께 학교에서 해결이 어려운 특이 민원을 관할청으로 연결해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지난해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원대응팀’ 구성 모호…”교사 포함돼선 안 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겠다는 시도는 바람직하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누가, 어떻게 민원에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교사의 개인 응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과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겠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일정한 진전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번 방안이 교사를 민원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각한 우려가 남는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가장 큰 허점은 민원창구는 단일화했으나, 정작 그 창구를 운영할 ‘민원대응팀’을 누구로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빠져있다는 점”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민원대응팀 구성원에 교사가 포함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은 껍데기뿐인 방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도 학교 민원대응팀 구성의 모호성을 한계점으로 짚었다. 교사노조는 “교육부가 안내하고 있는 ‘학교장 책임 하의 민원대응팀’의 구성은 아직 모호하다”며 “학교 차원의 업무 분장으로 모호하게 안내해서는 현장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근무시간에 직접 학생 교육활동에 투입되는 교사에게 민원을 담당할 수 없도록 철저한 지침이 마련돼야 하며 민원대응팀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원접수 창구 단일화…”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어”
학교 대표번호나 이어드림 등으로 민원접수 창구 단일화를 추진해도 인력, 책임 등 현실적인 문제들로 현장에서 실제 창구 단일화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현장에서 어려워한 것 중 하나가 민원 창구 단일화인데 이 부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것 같다”며 “현실에서 작동하긴 대단히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현재 시범 운영되고 있는 이어드림은 상담 예약 시스템이지 민원 처리 시스템은 아니었다. 민원 처리 시스템이 접목되지 않은 상담 예약 기능 수준으로 이어드림을 한다면 민원창구 단일화는 어렵다”며 “교사 입장에서는 인터넷으로 여전히 개인에게 민원이 오는 방식이고, 인터넷 접수 창구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대표 번호로 민원 접수를 통일하는 것에 관해서는 “인력과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통일이 불가능하다”며 “학부모가 제일 전화를 많이 하는 시간대는 교사의 일과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7시30분~8시30분 사이인데, 그 전화는 누가 받을 것이고 전화 받는 사람이 어떤 책임을 갖고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방안이 나와 있어야 아주 잘한 방안이다. 그 방안까지 마련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교 단위로 민원접수 창구를 만드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학교는 교육활동 공간이지 민원 대응 공간이 아니다”라며 “학교는 교육 전문가가 모인 곳인데 민원 대응 창구를 학교 단위로 설치하고 학교 단위 대응팀으로 만든다는 부분은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제외 “환영”…”대체로 새로운 대책은 無”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내용이 이번 방안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마땅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표는 “학생부 기재는 교육이 아니라 사법적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학교의 기능을 더 약화시키는 방안이라 맞지 않다”며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경희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부 면담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강하게 얘기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얻어냈다고 생각한다”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제재나 처벌 강화 내용이 포함됐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장 대변인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가장 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고, 아동학대 신고의 약 95%가 무고성으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나 지원 제도들이 마련이 되지 않은 부분도 굉장히 아쉽고 보완돼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들이 ‘교권보호’를 국정과제로 채택한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첫 대책이나, 전반적으로 크게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대표는 “지금 나온 안은 장관님이 여기저기 다니며 일부 공개한 바 있어 새로운 내용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10월에 발표한다고 했는데 계속 늦어져서 해를 넘겼고 올해 1월 말까지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부에서 했던 교권보호 대책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국정과제로 교권보호가 제시됐음에도 교원정책과에서 관장하는 업무 수준에서만 교권대책 몇 가지가 나온 건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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