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AP/뉴시스] 구자룡 기자 = 트레이드 마크 색상인 ‘발렌티노 레드’로 거의 반세기 패션쇼의 단골 아이템이었던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로마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그의 재단이 19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향년 93세.
재단은 SNS 성명에서 “발렌티노는 우리 모두에게 끊임없는 길잡이이자 영감의 원천이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빛과 창의력, 비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23일 로마 ‘바실리카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에서 거행된다.
◆ ‘레드 카펫 스타들 가장 먼저 찾는 디자이너’
발렌티노는 이름만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부터 줄리아 로버츠,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왕족, 영부인, 영화배우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들은 발렌티노가 항상 자신들을 가장 아름답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그는 언젠가 “나는 여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파격적인 스타일이나 과감한 패션 감각을 지니지 않았던 발렌티노는 1960년대 로마에서의 초기 활동부터 2008년 은퇴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실수를 거의 저지르지 않았다.
실패 없는 디자인으로 발렌티노는 레드카펫의 제왕이자 A급 스타들이 시상식에서 가장 먼저 찾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화려한 드레스는 수많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빛냈다.
특히 2001년 줄리아 로버츠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당시 입었던 빈티지 스타일의 흑백 기둥형 드레스는 단연 돋보였다. 케이트 블란쳇 또한 2004년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당시 발렌티노의 버터 옐로우 실크 원숄더 드레스를 착용했다.
발렌티노는 1968년 재클린 케네디가 그리스 해운 재벌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결혼식에서 입었던 긴 소매 레이스 드레스도 디자인했다. 재클린은 거의 발렌티노 옷만 입었다.
그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와도 가까운 사이였으며 종종 그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곤 했다.
◆ 그의 파리 외곽 샤토 정원에는 백만송이 장미
발렌티노의 시그니처 컬러인 오렌지빛이 감도는 붉은색 외에도, 리본, 러플, 레이스, 자수 등 여성스럽고 매혹적인 장식들이 드레스와 착용자의 아름다움까지 돋보이게 했다.
발렌티노는 제트족 고객들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도 공유했다 46m 길이의 요트와 피카소, 미로의 작품을 포함한 미술품 컬렉션 외에도 그는 파리 근교에 17세기 샤토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정원에는 백만 송이가 넘는 장미가 있다고 전해진다.
발렌티노와 오랜 파트너 잔카를로 지아메티는 뉴욕, 런던, 로마, 카프리, 스위스 그슈타트 등지에 있는 집들을 오가며 반려견 퍼그들과 함께 여행했다.
두 사람은 마돈나와 기네스 팰트로 등 유명 인사와 후원자들을 정기적으로 맞이했다.
그는 2007년 RTL TV와의 인터뷰에서 “제게 여성은 아름다운 꽃다발과 같다. 항상 매력적이어야 하고, 항상 남을 기쁘게 해야 하고, 항상 완벽해야 하고, 남편, 연인,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영화에 대한 사랑이 패션의 길로 이끌어
발렌티노는 1932년 5월 11일 이탈리아 북부 보게라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영화에 대한 사랑이 자신을 패션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TV 인터뷰에서 “영화에 푹 빠져 있었고,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모든 영화배우들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멋지게 차려입고, 항상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밀라노와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한 그는 1950년대 대부분을 파리의 유명 디자이너 장 데세스와 기 라로슈 밑에서 일하며 보낸 후 독립해 1959년 로마의 비아 콘도티에 발렌티노 하우스를 설립했다.
발렌티노는 타고난 매력을 활용해 전 세계 부유층과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고객층을 구축했다.
초창기 팬으로는 이탈리아의 영화계 여신 지나 롤로브리지다와 소피아 로렌,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오드리 헵번 등이 있었다.
발렌티노는 2008년에 은퇴했다.
발렌티노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한쪽 날개에 위치한 장식미술관 등에서 여러 차례 회고전을 열었다. 그의 패션계 경력 말년을 다룬 2008년 인기 다큐멘터리 영화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2011년 발렌티노는 ‘가상 박물관’이라고 부르는 무료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디자이너의 상징적인 작품 약 300점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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