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IT] 늘어나는 공공SW 단독응찰, 윈인은 ‘불공정 카르텔’

[지디넷코리아]

정부가 인공지능(AI) 강국을 목표로 제시하며 소프트웨어(SW) 품질 제고를 위해 공정한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 SW 현장에서는 단독응찰과 유찰이 반복되는 경쟁 실종 사태가 지속된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사업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 특정 업체 내정, 들러리 입찰, 기업형 브로커 난립 등 공공 입찰 시장에 뿌리 깊은 관행이 빚어낸 구조적 결과라며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공정 담합과 내정 관행이 공공SW 입찰 시장의 경쟁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오픈AI)

업계 증언을 종합하면 단독 응찰이 반복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사업 발주 과정에서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밀어주기가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SW 기업 임원은 “공고가 나오기 전 이미 특정 업체가 수주하기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겉으로는 공개 경쟁 입찰 형식을 띠지만 실상은 짜고 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를 배제하기 위한 알박기 수법이 동원된다. 그는 “내정된 업체만 수행할 수 있는 특정 기술이나 규격을 제안요청서(RFP)에 미리 심어놓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범용적인 AI 솔루션 대신 특정 기업 패키지 기능을 필수 요건으로 명시하거나 ▲특정 업체 비표준 UI/UX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는 식이다. 또는 ▲해당 기관이 기존에 사용하던 시스템과 호환성을 이유로 원천 소스코드를 보유한 기존 사업자 외에는 유지보수가 불가능하도록 진입 장벽을 치기도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는 “경쟁사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싶어도 RFP를 살펴보면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규격들이 숨겨져 있어 알아서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라며 “결국 경쟁자가 없어 단독응찰이 되거나,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며 특정 업체가 손쉽게 사업을 따내는 수순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단독응찰로 인한 유찰 반복을 피하기 위해 경쟁 의사가 없는 업체를 허위 경쟁자로 내세우는 ‘들러리(Dummy) 입찰’ 관행도 여전하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조달청 발주 사업에서 11차례나 협력업체를 들러리로 세운 ‘슈어소프트테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단독 입찰 시 유찰되거나 수의계약으로 낙찰 단가가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협력사에 입찰 가격을 미리 알려주며 형식적으로 참여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우대 제도를 악용해 중간 이득만 챙기는 ‘기업형 브로커’ 문제까지 불거졌다. 브로커는 기술력 없는 일반인이나 위장 중소기업을 내세워 수의계약 자격 요건을 맞춘 뒤 낙찰을 받고 실제 수행 능력 있는 기업에 저가로 하도급을 넘겨 중간 마진을 챙긴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는 사실상 영업비 명목 통행세를 걷어간다.

한 IT서비스 기업 대표는 “한 브로커가 수의계약 과정에 참여해 사업비에서 상당 부분을 요구한 사례를 목격했다”며 “브로커에게 떼어준 비용만큼 실제 개발비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저숙련 개발자 투입에 따른 품질 저하와 전산망 마비 사고로 이어진다”고 성토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우대 제도를 악용해 중간 이득만 챙기는 ‘기업형 브로커’ 문제까지 불거졌다. 브로커는 기술력 없는 일반인이나 위장 중소기업을 내세워 수의계약 자격 요건을 맞춘 뒤 낙찰을 받고 실제 수행 능력 있는 기업에 저가로 하도급을 넘겨 중간 마진을 챙긴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는 사실상 영업비 명목의 통행세를 걷어간다.

한 IT서비스 기업 대표는 “한 브로커가 수의계약 과정에 참여해 사업비에서 상당 부분을 요구한 사례를 목격했다”며 “브로커에게 떼어준 비용만큼 실제 개발비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저숙련 개발자 투입에 따른 품질 저하와 전산망 마비 사고로 이어진다”고 성토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브로커 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공공 SW 사업 특유 연속성 때문이다. 한번 사업 레퍼런스를 쌓으면 이를 바탕으로 향후 다른 공공 사업 수주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 시장 진출 시에도 공공 레퍼런스가 신뢰의 척도로 작용하는 만큼 당장은 적자를 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수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회도 나섰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달 입찰 과정에서 브로커 불공정 행위를 명시하고 조달청장이 직접 조사·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달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SW 업계는 이번 입법 움직임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만연했던 중간 착취 구조를 해결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와 함께, 공정한 거래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윤호 한국상용SW협회 회장은 “SW 유통 과정에서 정당한 가치가 훼손되거나 제값을 받지 못하는 구조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브로커를 통한 비공식 유통 구조를 전면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상용SW 직접구매 제도’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가능한 한 기업이 직접 공공기관과 계약하고 유지보수를 제공해야 왜곡된 이익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국내 SW 산업이 기술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AI 등 SW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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