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2025년에는 AI와 데이터센터가 반도체 산업 성장을 주도했다면, 올해에는 아날로그와 마이크로컨트롤러(MCU) 같은 엣지 기술 분야에서 뚜렷한 반등이 나타날 것입니다.”
스티브 상기(Steve Sanghi)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지디넷코리아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내년 반도체 산업이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은 보다 광범위한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해당 분야는 재고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올해 실적 개선의 기반이 이미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성장 기회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자동차와 산업용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 영향으로 위축됐던 소비자 시장 역시 관련 비용이 점차 경제 전반에 흡수되면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해 상기 CEO는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그는 “혁신 기술은 초기 과열 이후 일정한 조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라며 “인터넷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오늘날 산업과 일상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AI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 향상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를 실제로 만들어낼 때 드러난다”며 “단기적인 투자 열기보다 AI가 기업과 산업에 제공하는 실질적인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칩 역시 AI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특정 기술에 대한 쏠림은 경계하고 있다.
상기 CEO는 “AI를 통해 내부 효율과 고객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아날로그와 MCU를 포함한 기존 핵심 기술에도 균형 있게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반도체 산업 회복의 또 다른 축으로는 자동차와 산업용 시장이 꼽힌다.
상기 CEO는 “자동차와 산업용 분야에서는 이미 의미 있는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동화와 자동화, 에너지 효율 향상 요구가 커지면서 MCU와 아날로그 반도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공장 자동화, 로봇,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산업 현장 전반에서도 엣지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들 시장은 단기적인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인 성장 영역”이라며 “AI 중심의 첨단 반도체와 함께 산업 전반을 지탱하는 또 다른 성장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공급망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상기 CEO는 “현재의 공급망 문제는 미·중 관계 변화, 수출 규제, 관세 등 지정학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칩은 생산과 조달 측면에서 지리적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일본 내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자체 제조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외부 환경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고객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자립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유지했다.
상기 CEO는 “국가나 지정학적 블록 단위로 완전히 독립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비용과 기술, 생산 역량 측면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실제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과 중국 외 지역 중심의 공급망, 두 개의 축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부분의 고객은 여전히 생산 지역보다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더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