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사건, 45년 만의 응답…늦은 메아리가 울리다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1980년 사북에서 울려 퍼졌던 광부들의 절규가 45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사회를 향해 메아리치고 있다.

영화 ‘1980사북’을 매개로 결성된 시민상영위원회가 전국 시민들과 함께 사북사건의 진실을 환기하고, 국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시민 연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1980사북’ 시민상영위원회는 지난 8일과 9일, 공동대표단 신년인사회를 겸해 강원 정선 현지 방문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인사 차원을 넘어, 영화의 전국 확대 상영과 사북사건에 대한 국가 사과를 연내에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행사는 정암사 천웅 주지스님 초청 신년 차담회를 시작으로, 강원랜드 경영진 면담, 정선군청 방문 및 군수 면담, 정선군의회 의원단 간담회로 이어졌다. 시민상영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영화 1980사북의 지속 상영 필요성과 함께 1980년 사북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민상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영화 1980사북 특별상영회를 계기로 발족했다. 오랜 시간 외면받아온 사북사건에 대해 정부가 조속히 책임 있는 사과를 이행하고, 영화가 일회성 상영에 그치지 않도록 시민의 힘으로 상영을 이어가자는 취지였다.

공동대표단에는 송영훈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장, 한정숙 서울대 명예교수, 성희직 시인(정선광산진폐상담소장), 송경동 시인, 이순원 소설가, 정지영 영화감독,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장, 천웅 정암사 주지스님을 비롯해 지역과 문화·예술·학계를 아우르는 12명의 인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사북의 이야기는 특정 지역의 과거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 미완의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시민상영위원회는 사북 광부들의 외침에 뒤늦게나마 응답하자는 의미를 담아 ‘늦은 메아리’ 운동도 함께 시작했다. 이 운동은 영화 관람, 시민 참여 후원, 국가 사과 촉구 서명을 핵심으로 한다.

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현재까지 1200여 명의 시민이 후원자로 참여했고 국가 사과를 촉구하는 서명에는 1480명이 뜻을 보탰다.

상영 활동의 확산 속도도 눈에 띈다. 지난 한 달 동안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전주·춘천·원주·강릉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 28회의 초청 상영회가 거의 매일 이어졌다.

특히 사북·고한·정선·여량 지역 중고등학생과 교사들이 함께한 단체 상영회, 원주고등학교와 부산대학교 등에서 열린 공동체 상영회는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질문으로 끌어오는 교육적 실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민상영위원회는 전체 영화관의 1% 남짓에 불과한 독립영화 상영 환경 속에서도, 시민의 자발적 후원과 참여만으로 한 편의 독립영화가 두 달 넘게 스크린을 지켜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는다.

공동대표단은 “배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시민의 연대로 돌파한 사례”라며, 이러한 시민 주도 상영 문화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아 시민상영위원회는 ‘대통령 오신 마을’을 주제로 한 연속 상영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역대 대통령과 연관된 장소인 목포, 안동, 사북, 태백을 잇는 상영을 통해 사북사건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일환으로 11일 낮 12시 30분에는 사북 인근 고한시네마에서, 오후 3시에는 태백 작은영화관에서 초청 상영회가 열린다.

시민상영위원회는 제46주년 사북항쟁 기념일인 오는 4월 21일을 전후해 영화 1980사북의 전국 확대 상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이 관계 당국자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사북사건 피해 광부와 유족, 경찰 피해자, 노조 지부장 가족 등 주요 당사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식 사과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상영위원회는 올해 열리는 제46주년 사북항쟁 기념식의 격을 높이기 위해 강원도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여야 의원 73명이 초당적으로 참여한 국가 사과 촉구 결의안이 발의된 만큼,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통해 과거의 아픈 역사와 작별하고 정의로운 대전환을 선언하는 뜻깊은 기념식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ino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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