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이재명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존엄을 회복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피해자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인데, 일부 위안부 관련 단체들이 재단 설립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성평등가족위원회 및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성평등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을 골자로 하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단은 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 연구, 교육, 전시 등을 수행한다. 재단 설립은 지난해 발표된 성평등부 소관 국정과제에 담겼다. 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 처벌 근거 마련,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지원 등과 함께 포함됐다.
이런 업무를 맡아 수행하는 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평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내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를 두고 있다. 피해자 관련 조사와 연구 등을 진행하고 주거환경 개선 및 생활 필수품 지원도 맡고 있다.
하지만 여성인권진흥원의 설립 목적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세계 여성 인권’ 관련 사업 등으로 확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별도의 재단을 설립하려는 배경이다.
대외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를 대비해 기관의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설립 이유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단 설립 과정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177억66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단 직원 수는 20명으로 가정했다.
국정과제인 만큼 설립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나,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등에선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3일 법안소위에서 정구창 성평등부 차관은 “위안부 기념사업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선 지원재단이 곡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신중 검토를 주장하는 분과 단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조용수 성평등부 안전인권정책관은 “강하게 반대하는 단체들이 있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피해 당사자나 당사자와 같이 활동하는 단체 쪽에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위안부 관련) 활동을 가장 많이 하고 계시는 이용수 할머니께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용수 할머니께선 직접적인 반대 이유를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국가가 재단 설립에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문제 등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라며 “재단이 만들어지면 재단에 모든 것이 집중돼 지역 단체 등이 소외되는 것을 걱정하신다”고 설명했다.
법안소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한국정신대연구소 등이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에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재단 설립이 중앙집중적 구조를 고착화해 지역 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봤다. 또 피해자 및 관련 단체와 사전 협의 없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정신대연구소도 개정안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적인 이념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예우가 흔들려선 안 된다”며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밖에도 교육부는 부처 산하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이 이미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안부 피해자 복지시설 등을 운영하는 나눔의 집도 기존 위안부 관련 기관 및 단체와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성평등부는 “반대 의견을 낸 단체나 부처가 있어 그분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앞으로 더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 및 지원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소녀상 모욕 챌린지’를 벌인 극우 성향 단체 관련 기사를 올리며 “이런 얼빠진”이라고 적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우리 사회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에 인권과 평화 문제로 널리 알려야 할 문제”라며 “기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만이 아니라 피해자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단체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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