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AP/뉴시스]이재준 기자 = 조란 맘다니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제110대 시장으로 취임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직무로 꼽히는 뉴욕시장직을 맡게 된 맘다니는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노동계층을 위해 시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소속인 맘다니 시장은 이날 자정 직후 시청 지하의 폐쇄된 지하철역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쿠란(Quran)에 손을 얹고 선서하며 뉴욕시 역사상 첫 무슬림 시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맘다니 시장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우리는 폭넓고(expansively) 대담하게(audaciously) 시정을 운영하겠다. 항상 성공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도전할 용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맘다니 시장은 정부 역할 축소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정부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뉴욕시는 더는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권한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언명했다.
맘다니 시장은 남아시아계 최초, 아프리카 출생 최초의 시장이기도 하다. 34세인 그는 또한 여러 세대 만에 가장 젊은 뉴욕시장이다.
정치권 전반에서 ‘감당 가능성(affordability)’이라는 표현을 유행어로 만든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자인 맘다니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한 전면적인 정책 변화를 약속했다.
그의 공약에는 무상 보육, 버스 요금 무료화, 약 100만 가구에 대한 임대료 동결, 시가 직접 운영하는 식료품점 시범 사업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쓰레기 수거, 제설, 쥐 문제, 지하철 지연과 도로 포트홀 등 일상 행정 전반에 대한 책임도 떠안게 된다.
맘다니 시장은 우간다 캄팔라(Kampala)에서 영화감독 미라 나이어와 학자이자 작가인 마흐무드 맘다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7세 때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했으며 9·11 테러 이후 무슬림들이 환영받지 못하던 도시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201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후 뉴욕 내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2020년 퀸스 일부 지역을 대표하는 뉴욕주 하원의원(주의회)에 당선, 공직에 입문했다.
맘다니 시장 부부는 외곽 자치구의 임대료 규제 1베드룸 아파트를 떠나 맨해튼의 뉴욕시장 공식 관저로 이주한다.
그가 시정을 물려받은 뉴욕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완만한 회복세에 있다. 강력 범죄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감소했고 관광객도 돌아왔다. 팬데믹 기간 급등했던 실업률 역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높은 물가와 치솟는 임대료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깊다.
맘다니 시장은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맞서야 한다.
선거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가 당선될 경우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뉴욕에 주방위군을 파견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맘다니를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양측은 예상과 달리 원만한 회동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그가 훌륭한 일을 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민 정책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서 깊은 이견으로 인해 양측 간 긴장은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취임식 연사들 중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확대 조치를 비판하며 맘다니 시정이 대통령의 정책 대상이 된 이들의 동맹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맘다니 시장은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인해 뉴욕시 유대인 사회 일부로부터 회의와 반대에 직면해 있다.
맘다니 시장과 참모진은 당선 이후 몇 주간 정권 인수 준비를 진행해 왔으며 시 행정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주변에 배치했다.
그중 하나는 제시카 티시 뉴욕시 경찰청장의 유임을 설득한 것이다. 이는 새 시장이 치안 정책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를 완화하는 조치로 받아 들여졌다.
앞서 새 사무실에서 밤사이 일부 업무를 본 맘다니 시장은 정오 무렵 택시를 타고 다시 시청으로 돌아와 공개 취임식을 가졌다.
그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두 번째로 취임 선서를 주재했다.
이날 행사에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이 시청 남쪽 브로드웨이 일대 이른바‘영웅의 협곡(Canyon of Heroes)’에 맘다니 시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취임식 전반에서 연사들은 맘다니를 당선으로 이끈 핵심 메시지, 즉 높은 생활비에 시달리는 시민을 위해 정부 권한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특히 부유층 증세를 포함한 정책이 결코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감당 가능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급진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옳고 품위 있는 일이다”라고 역설했다.
개회사에 나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연방 하원의원은 맘다니 시장을 “노동계층을 위해 헌신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뉴욕 시민은 지속 불가능하고 전례 없는 시대에 대응해 역사적이고 야심 찬 지도력을 선택했다. 우리는 두려움 대신 용기를, 소수의 전리품 대신 다수의 번영을 택했다”고 부연했다,
취임식 무대에는 맘다니 시장의 부인 라마 두와지(도 함께 올랐다. 전임 시장 에릭 애덤스도 참석했으며 또 다른 전직 시장 빌 더블라지오 근처에 앉았다.
배우 맨디 패틴킨은 초등학교 합창단과 함께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불렀다. 그는 최근 맘다니 시장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하누카(Hannukah)를 함께 기념한 바 있다.
개회 기도는 뉴욕이슬람센터 소장인 칼리드 라티프이맘이 맡았으며, 시인 코넬리우스 이디(Cornelius Eady)는 ‘증명(Proof)’이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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