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오는 6일은 가객(歌客) 김광석(1964~1996)의 30주기다.
1984년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로 데뷔한 김광석은 포크그룹 ‘동물원’을 거쳐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일어나’ ‘이등병의 편지’ 등 주옥같은 명곡을 불렀다.
김광석과 그의 노래는 대중문화계에서 끊임없이 조명됐다. 박찬욱 감독의 출세작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라며 안타까움과 애정을 표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연출 김명훈), ‘그날들'(연출 장유정),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연출 장진) 등 그의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잇따라 제작되기도 했다.
1990년대 문화를 조명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그의 노래와 육성, 모습이 흘러나왔다. JTBC ‘히든싱어 2’의 마지막회 주인공 가수도 김광석이었다.
김광석은 우리 사회가 안타까운 참사를 겪을 때 또 기억된다. 이태원 참사(2022),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2024) 등 우리 사회가 아픔을 겪을 때 노래가 주는 위로를 환기한다. 김광석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일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예정됐던 콘서트를 진행했다. 예술 서사가 귀중한 이유는 일방적 방식에 저항해 재난의 개별성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은 김광석이 1000회 공연을 한 곳이다.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라이브 콘서트의 시발점이 된 역사적인 장소다.
김광석 노래 경연 대회 ‘김광석 노래부르기'(2023년부터 참가자 창작곡까지 아우르며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확장)는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없이 지원할 수 있어 호응을 얻어왔다.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김재환과 MBC TV ‘위대한 탄생’ 출신 가수 신재혁, JTBC ‘슈퍼밴드’에서 우승한 밴드 ‘호피폴라’의 김영소를 배출하는 등 싱어송라이터 산실로서 명성을 다져왔다.
김광석은 Z세대에서도 여전히 관심 대상이다. 어쿠스틱 기반의 싱어송라이터 예빛은 ‘Z세대 김광석’으로 통한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초대형 노래방 서바이벌 ‘VS'(브이에스)(2023)에서 우승한 박종민은 ‘대구에서 온 스무살 김광석’으로 불렸다. 다만 포크 신이 예전처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포크 계보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는 가수 성시경은 최근 열린 자신의 콘서트에서 “슈퍼스타 김광석이 살아 있었으면 우리 음악계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전을 이끈 ‘포크 대부’ 김민기(1951~2024) 전 김광석추모사업회 회장이 별세한 뒤 학전블루 소극장은 아르코꿈밭극장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기일 전후로 김광석을 기리는 행사는 여전히 이곳에서 이어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어린이·청소년과 더불어 신진 음악인을 위한 공간이었던 학전 소극장의 의미를 지속하고자, 경연대회 개최를 위해 공간을 지원한다.
‘서른 즈음에’ 작곡가 겸 싱어송라이터 강승원이 회장 직을 이어 받은 김광석추모사업회는 오는 4일 오후 2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김광석 30주기 추모 공연을 연다. 강승원을 비롯 동물원, 박학기, 유리상자, 알리와 역대 경연대회 출신 뮤지션인 빨간의자, 배영경, 김영소가 한 무대에 오른다.
강승원은 앞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해당 공연에 대해 “광석이를 좋아한 후배들이랑, 광석이를 기억하는 동료들이 협업해서 한곡씩 부르면 어떨까 생각했다. 각자 노래도 하지만 조인트 무대가 네 개가 된다. 연결이 포인트다. 광석이랑 계속 연결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선 노래 경연 대회인 ‘2026 광석이 다시 만나기’가 열린다.
다음은 대중음악 전문가 6인이 뽑은 김광석의 대표곡(지었거나 불렀거나 그로 인해 알려진 곡 모두) 3곡과 그가 30주기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다.
◆강영글 ‘멜론’ 음악 콘텐츠 기획자(대중음악 평론가)
▲’이등병의 편지’ = 유튜브와 멜론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곡은 여전히 군 복무의 시간을 지나는 청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이다.
▲’서른즈음에’ = 서른의 풍경은 변했어도 여전히 청춘들이 찾는 노래다. 서른이란 나이 앞에 서면 떠오르는, 독보적인 생명력을 지닌 곡이다.
▲’거리에서’ = 첫 소절에 마음이 툭 내려앉는다. 기교 대신 울음을 삼키는 듯한 그 처연한 떨림. 이 노래는 김광석 최고의 절창이라고 생각한다.
◆김학선 대중음악 평론가
▲’그날들’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무엇보다 목소리. 기능적으로도 훌륭하고 감성적으로도 이 울림을 거부하기 어렵다. 사랑에 실패했을 때, 군대에 갈 때, 삶이 허무해질 때, 나이가 들어갈 때, 삶의 한 지점마다 마주하게 되는 가사도 김광석의 노래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혼자서 모든 걸 하려 하지 않고 김창기, 조동익 등 주변의 재능있는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는 열린 자세도 김광석의 음악을 더 빛나게 해줬다.
◆김성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사랑이 떠난 이후의 그 복잡한 후회의 감정을 이보다 정갈하게 표현한 노랫말은 그리 많지 않다. 20세기 이별 노래의 정수(精髓).
▲’일어나’ = 자작곡이기도 하지만,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삶을 버텨낼 용기를 줬던 위대한 노래. 그에게도 이 곡이 힘이 됐다면 좋았을 텐데.
▲’나의 노래’ = 김광석은 원곡자가 남긴 곡의 의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커버에서 완벽한 내재화를 이뤄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렇게 70년대 포크, 80년대 민중가요의 숨은 미덕을 90년대 X세대에게도 공감하도록 만들었다. 그 정점에 이 노래가 있다.
김광석은 단순히 탁월한 보컬리스트로서의 표현력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음악성을 넘어 ‘한국 클래식 포크’의 역사를 자신의 커리어로 완전히 집약해낸 아티스트였다. 음악 속 ‘노랫말’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하고, ‘감정의 정화를 통한 현실 속 삶의 회복’을 대중에게 전하는 것이 ‘가인(歌人)’의 덕목임을 가장 탁월하게 보여줬기에, 세대를 초월해 지금도 그가 위대한 뮤지션으로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나의 노래’
김광석이 한국 포크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그가 한국 포크의 가장 친근한 언덕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수많은 이들이 그 언덕에서 청춘을 보냈고, 또 새로운 청춘들이 그 언덕을 걸으며 청춘을 통과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대중적이면서도 맑고 푸른 아름다움이 오롯한 그의 노래에는 복제가 불가능한 고유성이 독보적이다. 추억과 그리움과 청춘과 외로움과 꿈이 가득한 김광석의 노래가 삶이 된 이들이 얼마나 많고, 그 노래를 통해 포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깨우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김광석만큼 친숙하고 동시에 영원히 청청한 포크 음악가를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신현태 공연기획자(대중음악 평론가)
▲’두 바퀴로 가는 자전거’ = 가사를 외우기가 어려워 더 집중해서 듣곤한다. 밥 딜런의 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정도의 언어유희라면 이건 번안이 아닌 ‘재창작’이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더 멋졌다.
▲’사랑했지만’ = 김경호의 곡으로 처음 들었다. 그 역시 훌륭한 가창이었지만, 김광석의 버전은 달랐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절절하다’라는 말을 어디에 사용돼야 하는지 알게 해줬다.
▲’서른 즈음에’ = 서른이 넘으면 진짜 어른이 되나 싶었다. 십여 년이 지난 오늘도 어른이 아직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노랫말은 한해가 지나갈 즈음에 들으면 청승 ‘미(美)’가 배가 된다.
◆정일서 KBS 라디오 PD
▲’너에게'(솔로 1집), ‘그날들'(솔로 2집/다시부르기1), ‘서른 즈음에'(솔로 4집)
노찾사와 동물원을 거쳐 솔로로서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민중가요와 포크의 접점을 잇고 그사이 전설로 남은 학전소극장 1000회 공연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 중에 어느 하나 허튼 구석이 없다. 너무 이른 이별이 남긴 허망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잔상을 더욱 선명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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