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올 한해 국내 의료계를 달군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의정갈등이다. 1년 7개월여 동안 진행된 의정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수도권과 지역병원간 격차는 더 심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정갈등을 촉발시킨 윤석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도 나왔다. 뉴시스는 올해 의료계를 달군 의정갈등 문제를 되짚어 봤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지난 9월 약 60% 가까이 복귀하면서 의정갈등은 약 1년 7개월 만에 마무리 됐다.
의정갈등의 시작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서 비롯됐다. 앞서 지난해 2월 복지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등 5년 동안 의대 정원을 1만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는 등 1년 7개월 간 의정갈등이 지속되면서 대규모 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진 바 있다.
의정갈등은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이전에 근무하던 병원의 같은 과목, 같은 연차로 복귀할 경우 정원이 초과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군 미필 전공의의 경우 수련 종료까지 최대한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문의 배출을 위해 수련이 끝난 후 6개월 전에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기존대로면 지난 9월 복귀한 4년차 전공의들은 2026년 8월까지 수련을 받은 후 6개월 뒤에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지만, 먼저 시험을 치른 후 남은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된 듯 보였던 1년 7개월에 걸친 의정갈등은 필수의료 기피 심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확대라는 큰 과제를 남겼다.
복지부에 따르면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전체 전공의 충원율은 59.1%에 그쳤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복귀하거나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 인기과목 위주로 전공을 선택하는 등 인력 격차가 심화됐다.
실제 복지부가 공개한 2025학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살펴본 결과 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 충원율은 약 63%(5058명)을 기록해 비수도권 수련병원 53.5%(2926명)보다 약 9.5%포인트 가량 높았다. 병원별로도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수련병원들의 경우 정원의 70~80%가 복귀 했지만 지역의 경우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곳들이 속출했다.
의정 갈등 속에 소위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인력 공백도 더 심화됐다. 소아청소년과의 비수도권 선발률은 8%, 심장혈관흉부외과는 4.9%르 기록해 한자릿 수에 그쳤다.

필수진료과일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더 벌어졌다. 비수도권의 산부인과 충원율은 27.6%로 수도권(58.3%)보다 30.7%p 낮았고, 심장혈관흉부외과 역시 비수도권이 4.9%에 그쳐 수도권(32.8%)보다 27.9%p나 낮았다.
이 밖에도 그동안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대신 채워 온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업무범위 조정 등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부적절한 예측을 토대로 증원 규모가 결정된 것이란 조사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의대 증원 규모 결정의 중심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었다고 했다. 의대 증원 논의 기간 동안 윤 전 대통령은 정부에서 가져온 증원안을 보고 받을 때마다 ‘더 많은 증원’을 요구했고, 그 결과 증원 규모는 애초 500명에서 1000명으로, 다시 2000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현재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위해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추산 중이지만, 올해 마지막 전체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등 의료계와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필수의료 분야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고 의료행위 관련 형사처벌 면제 등 사법 리스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사법 리스크와 낮은 수가 문제 때문”이라며 “지역 의사가 부족한 것은 의사 수 부족이라기 보다는 배분의 문제인데, 도시로만 몰리려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과나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형사처벌 면제 등 사법 리스크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낮은 수가 조정과 함께 문재인 정권 이후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확립시킨다면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격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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