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종전 관련 회담을 앞두고 “영토 문제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포함한 분명한 레드라인이 있다”고 밝혔다.
키이우포스트,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진행한 왓츠앱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도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국민과 협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같은 거리를 철군하고 해당 지역을 국제군 감시 하의 ‘자유경제구역’으로 전환할 경우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조항을 종전안에 담은 상태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서도 유사한 입장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돈바스 전역이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접점이 없다. 러시아군이 물러날 이유는 없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지 않을 경우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이 선행돼야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보도된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최소 60일’의 휴전에 동의할 경우 영토 포기를 포함한 종전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 휴전을 강제할 수 있는 추가 보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보 보장 없이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으며, 대선 실시도 불가능하다”며 “미국이 제기하는 (영토 관련) 국민투표나 선거 문제는 현 조건에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러시아는 평화 협상을 향한 길에서도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취하는 어떤 조치도 강력한 안보 보장으로 뒷받침돼야 하며, 우리가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측이 안보 보장 논의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엇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우크라이나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는 개선됐지만,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관계는 복잡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7000억~80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미래 경제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오후 3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종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개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캐나다를 들러 마크 카니 총리와 별도 회담을 하고,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도 화상으로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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