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윤서진 인턴 기자 = 다른 여성들의 SNS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좋아요’를 누른 행위가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는 튀르키예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튀르키예 법원은 최근 한 이혼 소송에서 남편의 SNS 활동이 혼인 관계를 훼손했다고 보고 남편의 책임을 인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부 카이세리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 A씨는 남편 B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A씨는 소송에서 남편이 결혼 생활 동안 언어적 폭력을 일삼고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SNS상에서 다른 여성들의 사진과 게시물에 지속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겼으며, 특히 노출이 많은 게시물에 빈번히 반응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러한 행위가 부부간 신뢰를 해치고 혼인 관계에서 요구되는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위자료와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모든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아내가 자신의 부친을 모욕했고 지나친 질투로 갈등을 키웠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편에게 매월 750리라(약 2만5300원)의 양육비와 함께 8만 리라(약 28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남편 측은 금액이 과도하다며 항소했지만, 상급심에서도 판결은 유지됐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는 온라인 활동이라 하더라도 배우자에게 정서적 불안을 주고 부부 관계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혼인 관계를 훼손하는 요소로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현지의 한 법률 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SNS에서의 ‘좋아요’나 댓글, 메시지 같은 디지털 기록이 이혼 소송에서 실질적인 증거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 온라인 활동 내역이 혼인 책임을 판단하는 데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은 “‘좋아요’ 하나로 결혼이 깨진다면 이미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모든 SNS 활동을 불충실로 해석하면 개인의 자유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익명 좋아요’ 기능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디지털 시대에 부부 간 신뢰의 범위와 사적 온라인 활동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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