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오리온 오너 3세 담서원 전무가 입사 4년 반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전무를 단 지 1년 만이다. 이번 승진으로 오리온 경영 승계 시계 역시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상속세 마련이 승계 과정에서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배당금을 상속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너일가 배불리기라는 지적을 피하기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리온은 지난 22일 담서원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담 부사장은 그룹의 지속 성장을 책임지는 전략경영본부를 이끌게 된다. 전략경영본부는 산하에 신규사업팀과 해외사업팀, 경영지원팀, CSR팀을 두고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과 경영진단, 기업문화개선을 담당하며 미래사업을 총괄한다.
이번 승진으로 담 부사장은 입사 약 4년 반 만에 부사장을 달게 됐다. 1989년생인 담 부사장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장남이다.

오리온에는 지난 2021년 7월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이전에는 뉴욕대를 졸업한 뒤 카카오그룹 인공지능(AI)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했다. 이후 오리온 입사 1년 5개월 만인 2022년 12월 경영지원팀 상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말 전무에 올랐다.
담 부사장은 전무를 단 이후 오리온의 미래사업을 책임져왔다.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은 것은 바이오업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리가켐바이오) 인수다.
오리온은 지난해 3월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 인수를 완료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분 인수 과정은 담 부사장이 주도했다.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로는 내부 임원회의에 참여하며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이후 리가켐바이오는 그룹 이익 확대를 이끌했다. 지난해 오리온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5천332억원으로 집계됐다. 리가켐바이오 지분 취득에 따른 시세차익 1천528억원이 반영되면서 영업외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부사장에 대해 “이전에는 경영 관리 담당 전무라 실무를 담당했다”며 “본부에 들어간 신규사업팀은 바이오와 김 사업 등을 맡고 해외사업과 기업 문화 개선도 맡으면서 이를 총괄하는 역할로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담 부사장이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담 부사장의 누나인 장녀 담경선 씨는 현재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분만 오리온 0.6%(23만8천997주), 오리온홀딩스 1.22%(76만2천59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담 부사장에게는 지분 확대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지배력 확대를 위해서는 지분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담 부사장이 지난 3분기 말 기준 보유한 오리온와 오리온홀딩스 지분은 각각 1.23%(48만6천909주), 오리온홀딩스 1.22%(76만2천59주)에 그쳤다. 현재 오리온홀딩스 최대주주는 이화경 부회장으로 32.63%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담철곤 회장은 28.73%를 갖고 있다.
담 부사장이 해당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지분 매입이나 증여받는 방법이 있다. 다만 증여세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이 넘어가면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지분 증여·상속의 경우 주식 평가액의 20%를 할증해 과세하는 것을 고려하면 증여세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하지만 과거 담 부사장이 편법 승계 논란에 휘말린 것이 부담이다. 2013년 홍콩에 ‘스텔라웨이’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알짜 계열사를 헐값에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담 부사장은 아버지인 담 회장이 소유한 아이팩의 중국 자회사 ‘랑방아이팩’을 215억원에 사들였다.
편법 승계 논란이 커지자 담 부사장은 2015년 랑방아이팩을 오리온 중국법인에 매각했지만, 85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으면서 또다시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담 부사장은 해당 차익을 오리온재단에 순차적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다만 아직 차익을 모두 기부하진 않았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2015년 30억원을 기부하고 2019년 10억원을 추가로 낸 뒤 별도로 기부한 내역은 없다. 시세차익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만 기부했다.
담 부사장은 배당금을 활용해 승계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오리온은 작년 배당액을 전년 1천250원에서 2배 늘린 2천500원으로, 오리온홀딩스는 750원에서 800원으로 올렸다. 오너 일가가 챙긴 배당액은 오리온홀딩스에서 319억7천100만원, 오리온에서 63억800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 배불리기’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배당금을 확대해도 배당성향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뜻한다.
오리온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18.8%로 전년(13.1%)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오리온홀딩스(29.96%)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일각에서는 담 부사장의 승진으로 오리온의 오너경영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담철곤 회장은 2013년 이화경 부회장과 오리온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당시 담 회장은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현재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오리온은 이승준 대표가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