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대 역사기관 “환단고기는 위서…연구한 적도 없고 할 계획도 없어”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환빠’를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는 환단고기에 대해 우리나라 3대 역사기관 모두 해당 문헌이 위서(가짜 역사서)라는 견해를 밝혔다.

21일 뉴시스가 확보한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3대 역사기관의 환단고기 관련 평가를 보면 세 기관 모두 환단고기는 위서라는 취지의 답변을 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역사학은 특정 문헌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따지기 위해 해당 문헌이 만들어진 과정과 문헌에 담긴 내용을 검증하는 사료 비판이라는 과정을 수행한다”며 “환단고기에 대해 여러 차례 수행된 사료 비판 결과 이 책은 위서라는 것이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역시 “환단고기는 계연수라는 인물이 우리 상고시대의 역사를 전하는 서적을 모아 1911년에 편찬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1979년에 이유립이 창작한 것임이 학계의 연구 결과 판명된 위서”라고 밝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위서’라고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포된 사료의 전래 과정이 불명확하고, 그 내용에도 기존 사료와 다른 바가 많아 역사적 검증이 어려운 관계로, 학계에서는 신뢰할 만한 자료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국사편찬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은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근거를 추가 제시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역사학계는 이 책에 수록된 내용 중에 같은 시기의 다른 사서와 교차 검증되지 않는 것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며 “역사학계는 국가, 인류 등 근대 이후에 확립된 용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환단고기가 근대 이전에 저술된 사서에 기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한다. 또한 이유립이 이 책을 펴낸 1979년 이전에는 환단고기에 대한 어떤 기록도 확인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고 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경우 환단고기를 역사서로 인정했을 때의 폐해에 대해 경고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만들어진 고대 역사상을 또 다른 의견으로 인정한다면, 글로벌 시대를 맞이한 현재 세계학계로부터 한국사 연구가 비합리적인 연구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외면 당해 한국사 연구가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3개 기관 모두 환단고기 관련 검토 및 연구를 한 적이 없으며, 향후에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환단고기는 삼성기,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 등 4개의 책을 하나로 묶은 문헌이다. 1911년 계연수가 4개의 책을 묶어 환단고기로 엮었고 이유립에게 60갑자가 지난 경신년(1980년)에 세상에 내놓으라고 유언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유립은 1979년에 환단고기를 처음 출판했다.

환단고기에는 한국사의 출발 무대가 한반도가 아닌 중국 대륙 혹은 중앙아시아로 설정돼있고 환국이나 배달국 등 기존 역사서에 없는 나라 이름이나 47대 단군 왕들의 명단이 등장한다. 이 밖에 지명 오류,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사용되지 않던 용어 및 개념 등이 나와 학계에서는 위서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하며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환빠라고 부르지 않나”라며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 거냐,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환단고기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환빠라는 표현을 쓴 것은 거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실어서 쓴 말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