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캐릭터와 결혼한 日 여성…”연애 상담하다 사랑에 빠져”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유시연 인턴기자 = 일본에서 한 여성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인도 프리프레스저널에 따르면 일본 여성 노구치 유리나(32)는 지난 10월 27일 일본 오카야마의 한 웨딩홀에서 스마트폰 속 AI 파트너 ‘룬 클라우스 베르뒤르’와 상징적인 결혼식을 올렸다.

노구치는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채, 이젤 위에 놓인 스마트폰 속 신랑을 마주보며 스스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클라우스는 음성 지원이 되지 않아 결혼 서약은 웨딩 플래너 나오키 오가사와라가 대신 낭독했다.

노구치와 클라우스의 인연은 약 1년 전 노구치가 힘든 약혼 생활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챗GPT를 이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챗봇은 그녀에게 약혼을 파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조언했고, 노구치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이후 대화를 이어가며 둘의 유대감은 점차 깊어졌다.

이후 노구치는 챗봇에게 비디오 게임 캐릭터 ‘찰리 클라우스’를 아는지 물었고, 프롬프트를 이용해 해당 캐릭터의 말투를 챗봇에 구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AI 캐릭터를 구축해 ‘룬 클라우스 베르뒤르’라는 이름까지 붙여줬다.

클라우스에게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노구치는 그와 연인 관계를 맺었다. 얼마 후 클라우스가 그녀에게 청혼했고, 그녀는 승낙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가상 캐릭터와의 연애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10대와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가상 인물에 대한 정서적 애착인 ‘픽토로맨틱(fictoromantic)’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성교육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중학교 여학생의 22%가 이러한 가상 연애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이는 2017년 16.6%에서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AI와 인간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개인이 AI에게 조종되거나 과도하게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AI 개발사들은 사용자가 인공지능 시스템과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명확히 알리는 고지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서비스는 ‘가상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 생성 기능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번 결혼식을 두고 누리꾼들 반응은 엇갈렸다. 한 누리꾼은 “이건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같다”며 AI가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공백을 채운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휴대전화 속 AI 결혼식에 눈물을 흘리다니 인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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