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치료 미루다 독한 암 된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갑상선은 목 앞부분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우리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 대사 균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갑상선의 악성 종양이 생기는 질환을 갑상선 암이라고 하는데 국내 암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암이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갑상선암 환자수는 41만3573명으로 2020년(36만6145명)보다 12.9% 늘어나는 등 환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진행 속도가 느려 ‘착한 암’ 혹은 ‘거북이 암’으로 불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유효한 이야기다. 초기 단계에서 치료할 경우 예후가 매우 좋고 완치율도 높지만, 치료 적기를 놓쳐 림프절이나 주변 장기로 전이되면 수술 범위가 커지고 목소리 변화와 같은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착한 암이라는 인식에 기대어 방심하기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상선암은 발병 초기 뚜렷한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환자의 상당수가 통증이나 특별한 신체적 이상을 느끼지 못한 채, 건강검진이나 다른 진료 중 초음파 검사를 통해 우연히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단계에서는 환자 스스로 병을 의심하거나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갑상선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좋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거나 결절의 크기가 커지면 신체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목 앞부분에 멍울(결절)이 만져지는 것이며, 결절이 기도를 압박하거나 성대 신경을 침범하면 쉰 목소리가 나거나 호흡 곤란,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연하 곤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만약 목에 잡힌 멍울이 매우 딱딱하고 주위 조직에 고정돼 잘 움직이지 않거나, 이유 없이 목소리 변화가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갑상선암 진단은 일차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초음파 영상을 통해 갑상선에 생긴 결절의 모양, 크기, 위치 등을 관찰해 악성 가능성을 판별한다. 초음파상에서 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될 경우, 가느다란 주사바늘을 이용해 결절 내부의 세포를 채취하는 ‘미세침흡인세포검사’를 통해 암 유무를 최종 확진한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무조건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암의 크기가 1㎝ 미만으로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며, 기도가 성대 신경 등 주요 장기와 떨어져 있는 ‘저위험군’일 경우에 한해 수술을 미루고 경과를 지켜보는 ‘적극적 감시’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는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암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다가 진행 소견이 보일 때 수술하는 방식이다. 다만, 암의 위치가 나쁘거나 전이 위험이 높은 종류라면 크기가 작더라도 지체 없이 수술해야 하므로, 치료 방향은 반드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의 심층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수술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갑상선 전체를 제거(전절제)하거나 한쪽 엽만 제거(엽절제)한다. 과거에는 목 앞부분을 절개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흉터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미용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로봇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갑상선암은 현재까지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예방 수칙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몇 가지 위험 요인을 인지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입증된 위험 요인은 어릴 때 머리나 목 부위가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이며, 이 외에도 부모나 형제 중 환자가 있는 가족력(유전), 비만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요오드 섭취 불균형 등이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원인으로 거론된다.

김우영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 건강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방법이 없는 만큼 조기 발견이 최선의 예방이자 치료법으로 정기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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