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연말을 맞은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행보가 눈길을 끈다. 한동안 거래량 확대와 신규 상장, 상품 다양화 경쟁이 이어졌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운영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해는 단기적인 거래량이나 외형 성장보다, 한 해 동안 축적된 운영 리스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했는지가 거래소 신뢰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자산 보관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을 택했다.

두나무는 최근 업비트의 고객 자산 가운데 콜드월렛 보관 비중이 98%를 웃돈다고 공개하며, 인터넷과 분리된 자산 보관 체계를 강조했다. 이는 법령상 요구되는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단순한 내부 관리 수준을 넘어 시장과 이용자에게 자산 보관 구조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연말을 앞두고 해킹이나 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치 공개’라는 방식으로 신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빗썸은 다른 선택지를 꺼내 들었다. 빗썸은 올해 테더(USDT) 마켓을 종료하며 스테이블코인 직접 거래 구조를 정리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거래 편의성과 유동성을 일부 포기하는 결정이지만, 외화성 자산과 관련된 규제 해석 부담과 운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제도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큰 영역보다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사례로 평가된다. 연말을 앞두고 상품 구조를 단순화한 점 역시 보수적 운영 기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코인원은 상장과 운영 판단에서 보수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인원은 다른 대형 거래소에 비해 신규 상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며 유의종목 지정이나 거래지원 종료 결정 역시 비교적 빠르게 내려온 사례가 적지 않다.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프로젝트 리스크가 부각되는 국면에서, 거래량 확대보다는 이용자 보호와 운영 안정성을 우선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이들 거래소 행보에는 공통점이 있다. ‘확장보다 안정’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점이다.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전략 수정에 그치기보다는 제도 환경 변화에 따른 구조적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거래소 역시 성장 지표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신뢰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운영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