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도가 제주4·3 관련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에 객관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15일 오후 제주시 산록도로 인근 한울공원 옆 고(故)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4·3의 진실을 담은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을 세웠다.
안내판 설치는 최근 4·3 관련 왜곡 현수막 게시, 영화 상영, 왜곡 발언, 표지석 설치 등 제주4·3의 역사를 왜곡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제주4·3 당시 도민 강경 진압을 주도한 대표 인물로 거론되는 박진경 대령이 지난 11월 국가유공자로 지정됐지만, 도는 박 대령의 행적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관계를 후대와 도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추도비 옆에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바로 세운 진실’은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박진경과 제주4·3의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리기 위해 작성됐다.
앞서 지난 10월 국가보훈부는 무공수훈을 근거로 박 대령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신청을 승인했다. 지난달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권오을 보훈부 장관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이 유족에 전달됐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4·3단체와 제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4·3사건 학살 책임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며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11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유족들을 만나 “국가유공자 지정으로 상처를 드려 보훈부 장관으로서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보훈부에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이다.
이날 설치된 안내판에는 1945년 8월 광복 이후 정세와 1947년 3월 관덕정 경찰 발포 사건, 1948년 4월 무장봉기 등 시대 상황과 함께 1948년 5월 입도한 박진경 대령의 약 40일간 행적과 박진경 대령을 암살한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이번 행사에는 오영훈 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박호형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하성용 도의회 4·3특별위원장, 김창범 4·3유족회장 등 4·3 관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안내판 설치 취지 및 경과 보고에 이어, 박진경 대령 암살범의 마지막을 그린 강덕환 시인의 ‘박진경 암살범 총살기’ 시극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오영훈 지사는 “박진경은 ‘제주4·3진상보고서’에서 강경 진압의 주범으로 기록된 인물”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학살한 주범에게 국가유공자 증서가 발급되는 현재의 잘못된 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는 앞으로도 제주4·3의 진실과 평화·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진실을 향한 제주의 77년간의 여정이 다음 세대에 온전히 기억될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는 4·3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인 경찰지서 옛터 표지석과 북촌리 학살을 주도한 함병선 장군 공적비 등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안내판 설치 또는 이설을 순차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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