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 와카야마현에 세계 최초로 3D프린터를 이용해 건설한 역사가 등장했다.
15일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에 따르면 JR서일본은 올해 7월 기세이 본선 하쓰시마역에 3D프린터로 제작한 역사를 설치하고 운용을 시작했다.
하쓰시마역은 서쪽으로 기이수도, 동쪽으로는 귤밭이 펼쳐진 와카야마현 중부 해안가에 위치한 무인역이다. 하루 이용객은 약 500명으로 소규모 항구 마을을 끼고 있는 지역 역에 해당한다. 평일 낮 시간대에는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한두 명이 오르내리는 정도다.
이처럼 평범한 무인역인 하쓰시마역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최초로 3D프린터 건설 공법을 적용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JR서일본에 따르면 3D프린터 역사 도입의 목적은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다. 기존과 같은 규모의 역사와 비교해 건설 비용은 약 30% 줄었고, 현장 공사 기간도 한 달 가량 단축됐다.
JR서일본 철도본부 시설부 건축과의 마스에다 다이스케 씨는 “보통 역사 건설에는 수 개월이 걸리지만, 3D프린터를 활용하면 현장 공사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쓰시마역 역사는 홈과 연결된 동쪽에 설치돼 있다. 다만 대합실을 갖춘 일반적인 건물 형태가 아니라, 간이 개찰기와 발권기가 놓인 통로형 구조다.
외관은 흰색 모르타르 건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콘크리트가 세로 방향으로 여러 층 쌓인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벽면에는 물고기와 귤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지붕은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역사에 사용된 부재는 모두 공장에서 3D프린터로 출력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번 공사를 맡은 벤처기업 세렌디크스의 운영총괄 이이다 쿠니다이 씨는 “건설용 3D프린터는 수지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3D프린터와 달리 콘크리트를 층 형태로 출력한다”며 “방화성, 내화성, 내진성, 내구성 면에서는 일반적인 목조주택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사람이 아닌 로봇이 출력 작업을 하기 때문에 오차가 적고 밀도가 일정하다”고 설명했다.
하쓰시마역 역사는 공장에서 출력한 부재를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됐다. 이번 공사는 종전 운행이 끝난 뒤부터 첫차 전까지 ‘약 6시간; 만에 완료됐다.
JR서일본 측은 “현장 작업 시간이 짧아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3D프린터 역사에는 제약도 있다. 콘크리트 부재가 대형·중량물인 만큼, 운송과 설치를 위해 충분한 공간과 대형 차량이 필요하다. 좁은 도로를 가진 지역에서는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부재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은 대규모 지진 당시보다 클 수 있어,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이 과제로 남아 있다.
JR서일본은 노후화된 지방 무인역의 개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지 관리가 용이하고 디자인 자유도가 높은 건설 방식으로 3D프린터 공법을 검토했다.
마스에다 씨는 “기존 공법으로는 디자인이 획일화되기 쉬운데, 3D프린터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JR서일본에 따르면 현재까지 운영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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