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버거’ 故이영철씨 추모 물결…고대 “고인 명의 장학금 신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손효민 인턴기자 = 고려대학교 인근에서 20여년간 학생들과 온정을 나누며 ‘영철버거’로 널리 알려진 이영철 대표가 지난 13일 별세한 가운데, 김동원 고려대 총장이 직접 조문에 나서 “고인의 정신을 이어가는 장학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14일 오후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이영철 사장님은 지난 수십 년간 고려대 학생들에게 큰 사랑을 베푸신 분”이라며 “1000원짜리 햄버거로 시작해 어렵던 시절 학생들의 끼니를 책임졌고, 이후에는 매년 장학금까지 기부하셨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고인의 도움을 받아 학업을 이어가 지금은 교수로 재직 중인 동문들도 여럿 있다”며 “교수 중에서도 그 영향을 받은 분이 수없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학교는 장례비를 전액 지원하고, ‘영철버거 장학금’을 조성할 예정”이라며 “교우들이 기부하는 만큼 학교가 매칭 펀드 형식으로 함께하고, 기념패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씨를 기억하는 20~30대 청년들이 주를 이루었고, 혼자 찾아와 조용히 헌화한 뒤 돌아서는 이들도 많았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수십 개의 조화가 빈소를 가득 메웠고, 고려대 졸업생 명의의 조화도 다수 눈에 띄었다.

◆1000원에 콜라 무제한…매년 장학금 기부도

이씨는 지난 2000년 리어카에서 ‘영철버거’를 시작해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친절한 인상으로 고대생들 사이에 큰 사랑을 받았다.

버거와 콜라를 1000원에 제공하며 자취생과 고시생의 한 끼를 책임졌고,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무료 식사를 내어주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매년 2000만원을 고려대에 기부해 ‘영철장학금’을 조성했다. 학교 축제 기간에는 무료로 햄버거를 제공하기도 했다

2015년엔 영철버거가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때는 학생들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수천만원을 모금해 재기를 도왔다.

◆”아버지처럼 품어주시던 분”…끊이지 않는 조문 행렬

이날 빈소를 찾은 고려대 졸업생 박신웅(36)씨는 “대학 초반 대로변 매장을 자주 찾았고, 2015년 크라우드펀딩 당시 친구와 함께 모금에 참여했다”며 “고인은 항상 채소와 고기를 열심히 싸던 모습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함께 방문한 졸업생 함새롬(31)씨는 “함께 모금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어 더 기억에 남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철버거는 울산에도 분점을 냈으며, 당시 학생이 아니었던 시민들도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조문객 최영재(38)씨는 “20대 초반에 많이 이용했다. 당시 고기와 양배추가 듬뿍 든 버거를 10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사장님도 참 따뜻한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졸업생 김모씨는 “졸업 후에도 1년에 몇 번씩 찾았는데, 아버지같이 학생들을 품어주시던 분”이라며 “그냥 생각나서 조용히 조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부고장에는 1200개가 넘는 조문 메시지가 등록됐다. 고파스(고려대 커뮤니티)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조금만 더 자주 갈 걸”, “1000원짜리 버거가 준 위로를 잊지 않겠다”, “군대 휴가 때 여러 번 무료로 주셔서 감사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졸업생은 “2000년 가을, 안암역 사거리 대학약국 맞은편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하셨을 때부터 기억한다”며 “당시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고, 새벽에 버거를 먹으며 가게에 놓인 TV로 9·11 테러 뉴스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6시30분이다.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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