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소원 인턴 기자 = 북극이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면서 2050년까지 북극곰의 3분의 2 이상이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북극곰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 변화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은 12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모바일 DNA(Mobile DNA)’에 그린란드 남동부에 서식하는 북극곰들이 최근 급격한 유전적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기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 워싱턴대가 기존에 수집한 북극곰 혈액 표본을 활용해 그린란드 북동부와 남동부에 서식하는 북극곰 17마리의 유전자 활동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상대적으로 기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은 남동부 북극곰 개체군에서 ‘점핑 유전자(jumping genes)’로 불리는 전이인자(transposable element)의 활동이 북동부 개체군보다 현저히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이인자는 한 위치에 고정돼 기능하는 일반적인 유전자와 달리 유전체 안에서 이동하며 다른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유전자 조각이다. 이동 과정에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거나 끄고 작동 강도를 변화시킬 수 있어, 환경이 급격히 변할 때 생물이 보다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그린란드 남동부 북극곰 집단에서는 노화 조절과 에너지 사용, 물질 대사 경로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 양상이 북동부 집단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기온 상승과 먹이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트레스 대응 능력과 에너지 활용 방식, 노화 조절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전이인자 활동과 함께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북극곰이 온난화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어떤 개체군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파악하고 향후 보존 전략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북극곰의 멸종 위기가 해소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 책임자인 앨리스 고든 이스트앵글리아대 생물과학대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북극곰 생존 가능성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를 보여주지만, 멸종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전 세계적인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온 상승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절실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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