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
중국 정부가 토지 황폐화를 막고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해 추진해 온 대규모 조림 사업이 중국 본토의 물 흐름을 예상치 못한 규모로 바꿔놓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아리 스탈 교수 연구팀은 2001~2020년 사이 식생 변화로 인해 중국 국토 면적의 약 74%를 차지하는 동부 계절풍 지역과 북서부 건조 지역에 인간과 생태계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나머지 지역인 티베트 고원 지역에는 담수 이용 가능량이 증가했다.

지구의 물은 육지와 대기 사이를 순환한다. 지표면과 토양에서 물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증발, 식물이 흡수한 물을 배출하는 증산, 이 두 과정이 합쳐진 증발산은 식생 상태·토지 피복·수자원·태양 에너지량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스틸 교수는 “초원과 숲 모두 일반적으로 증발산량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숲은 나무가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어 건조한 시기에도 물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이 현상이 더욱 심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조림 사업은 북부 건조 지역에 진행되고 있는 ‘녹색 만리장성(the Great Green Wall)’ 사업이다. 1978년에 사막화 확산을 막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1949년 중국 전체의 약 10%에 불과했던 삼림 면적을 현재 25% 이상으로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알제리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이 외에도 1999년 곡물-산림 전환(Grain fo Green) 사업과 천연림 보호 사업 등이 있다.
중국의 생태계 복원 계획은 2000~2017년까지 전 세계 산림 면적 증가의 25%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하지만, 이런 녹화 사업은 중국의 물 순환을 크게 바꿔놓았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증발산량·강수량·토지 이용 변화 자료와 대기 수분 추적 모델을 사용해 그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증발산 증가 폭이 강수량보다 더 컸다. 이는 일부 수분이 대기로 유실됐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바람의 영향으로 수분이 최대 7,000㎞까지 이동할 수 있어, 특정 지역의 증발산이 다른 지역의 강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도 관측됐다.

특히 동부 계절풍 지역의 산림 확장과 기타 지역의 초지 복원으로 증발산이 증가했지만, 강수 증가가 확인된 곳은 티베트 고원뿐이었고 나머지 지역은 물 부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탈 교수는 “물 순환은 더 활발해졌지만, 지역별로 보면 이전보다 더 많은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수자원은 이미 불균형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중국 북부 지역은 전체 물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구의 46%와 경작지의 60%가 이 곳에 집중되어 있다. 연구진은 녹화 사업이 수자원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정부의 물 관리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틸 교수는 “다른 국가의 생태 복원과 조림도 그 나라의 물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자원 관점에서 어떤 토지 이용 변화가 유익한지는 사례별로 살펴봐야 한다. 대기 중으로 증발한 물이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강수로 돌아오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지구 미래(Earth’s Future)’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