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병사 살해는 12점, 생포는 120점…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 병사에 부상을 입히면 8점, 살해하면 12점, 러시아군 드론 조종사를 부상시키면 15점, 살해하면 25점, 러시아 병사를 생포하면 120점.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들이 얻는 점수들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전투성과를 점수화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8월부터 이 같은 전과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초기 베타버전으로 운영되던 방식이 지난 4월부터 본격화됐다.

각 팀들은 따낸 점수로 각종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 기본정찰 드론, 대형 드론 등 각종 드론 장비들을 온라인 무기 상점 브레이브1 마켓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브레이브1 마켓은 지난 4월 처음 오픈했으며 8월에 확장됐다.

점수가 많을수록 더 좋은 장비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각 팀들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드론 팀들이 타격에 성공한 영상을 키이우의 중앙 사무실로 제출하면 전문가들이 검증해 점수를 매긴다.

무장 드론은 오래전부터 버튼 클릭만으로 전투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게 해 전쟁을 비인간화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드론 게임보다 전쟁이 더 비인간적”

드론 게임이 비인간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 장관은 “21세기에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 비인간적인 것”이라고 응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자폭 드론, 장거리 드론, 제트 드론, 광섬유 드론, 다른 드론을 요격하는 드론들, 그리고 곧 인공지능이 유도하는 드론 무리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우위를 놓고 경쟁해 왔다.

러시아군 경쟁 프로그램이 있다. 예컨대 헬리콥터를 파괴하면 2400 달러(약 343만 원), 레오파드 전차를 포획하면 12000 달러(약 1717만 원)를 준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경쟁에는 400개 이상의 팀이 참여한다.

정식 드론 부대가 없는 보병 부대들이 장비를 구할 포인트를 따기 위해 자체적으로 드론 부대를 만든 경우도 있다.

러시아군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을 파괴하면 최대 70점, 전차를 파괴하면 40점, 손상시키면 20점이다.

그렇지만 드론 때문에 전차의 효용이 떨어지면서 전차 공격으로 점수를 따기가 힘들어졌다.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인 호출명 레드는 “요즘은 적 차량을 포착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면서 “만약 차량이 숲에서 나오는 것이 발견되면 그걸 공격하려고 드론들이 줄지어 대기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전술 변화에 대응해 점수 가치를 조정해왔다.

예컨대 공격 드론의 사거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전선이 넓어지고 흐려짐에 따라 러시아군이 소규모 부대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러시아 병사들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다.

초기 러시아 병사 살해는 2점밖에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 10월 6점, 지난 5월 12점으로 올랐다.

아킬레스 연대의 유리 페도로렌코 연대장은 매달 최대 2만5000명의 러시아 병사들을 살해 또는 중상을 입혀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매달 충원하는 신규 병력 숫자라는 것이다.

◆우크라 매달 드론 5만 대 필요

이를 위해 러시아 보병 1명당 최소 2대 꼴인 매달 최소 5만 대의 공격 드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이끌던 부대는 초기 100명의 중대급에서 500명의 대대로, 현재는 3000명 규모의 연대로 확장됐다. 모두 드론 덕분이다. 그의 연대는 현재 우크라이나군 최고 수준의 드론 부대로 꼽힌다.

로베르트 브로브디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 총괄 사령관이 지난 6월에 점수 시스템과 부대들이 드론을 획득하는 내부 온라인 시장 영상을 공개했다.

브로브디는 영상에서 기초적인 자폭 드론은 1.3점, 열화상 카메라가 달린 드론은 4.5점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 최대 15kg(약 33파운드)에 달하는 폭발물을 실을 수 있고 사거리가 최대 30km에 달하는 ‘뱀파이어’ 드론은 가격이 43점이다.

브로브디는 자신이 이끌던 ‘마자르의 새들’ 여단이 지난 5월 약 6500개의 표적을 타격했고 그중 2221명이 러시아 병사였으며 그 달에 25000점 이상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여단은 이 점수로 뱀파이어 드론 600대를 구입했다.

페도로프 디지털혁신장관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군 전체가 브레이브1 마켓을 통해 8만 대가 넘는 드론과 전자전 시스템을 주문했으며, 장비 가치가 9600만 달러(약 1373억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순위 판에 매달 상위 10개 드론팀이 공개된다.

지난 9월 9월 1위는 마자르의 새들이었고, 그 뒤를 우크라이나의 주요 내무 보안 기관의 이른바 알파 그룹이 이었다. 아킬레스 연대는 6위를 기록했다.

여러 드론팀들이 공동으로 공격작전에 참가했을 땐 서로 전과를 다투는 일도 벌어진다.

점수를 매기는 대상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로봇 차량으로 부상당한 병사 구조하는 임무, 정찰 드론으로 러시아 장비를 탐지하는 일, 인공지능을 활용한 유도 시스템으로 표적을 파괴하는 것 등도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전과가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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