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수업 가장 큰 변화는 ‘웃음’”…AIF, 펨바에서 펼친 '아트드림'

[펨바=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붓을 들고 맨바닥에 앉은 아이들. 언어도, 기술도 필요 없었다. 필요한 건 단 하나, 색으로 말하는 용기였다.

8일 오후 2시, 탄자니아 펨바(Pemba) CDP 센터의 작은 강당. 오렌지색 비닐 매트 위로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노란색, 분홍색, 하늘색 히잡과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은 처음 열리는 미술 수업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이들에게 그림은 익숙한 놀이가 아니다. 표현은 오히려 낯선 언어였고, 가끔은 허락되지 않았던 사치였다.

하지만 이날, 한국에서 온 AIF(아이프칠드런) 예술봉사단은 아이들에게 물감과 붓, 크레파스를 처음으로 쥐여줬다.

“오늘부터 여기가 너의 작업실이야. 너만의 색깔을 써도 괜찮아.”

붓보다 먼저 깨어난 건 상상력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들은 어눌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외쳤다.

“안냐세요~!”

처음엔 단순한 흉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 말 속엔 기억이 있고, 경험이 있고, 감정이 있다.

예술은 단지 그림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도, 마음도, 국경도 뛰어넘는 감응의 통로임을 이 강당 안에서 증명하고 있었다.

AIF 예술 봉사단이 마련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미술 수업이 아니었다.

화가 김남표 작가와 함께한 대형 공동 작업은 아이들에게 생애 첫 ‘창작의 자유’를 선물했다.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이 서로 부딪히고 녹아들며 폭발하듯 발색됐다. 그 색채는 아이들의 감정이고, 이야기이며, ‘존재의 서명’이었다.

아이들은 붓을 들고 외쳤고, 맨발로 그림 위를 걸었다. 붓으로 문지르고, 물감을 짓이기며 색을 입혔다.

‘감상자’가 아니라 ‘행위자’가 된 순간, 아이들은 예술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10년째 CDP 센터를 이끄는 강옥심 센터장과 김금훈 목사는 말했다.

“미술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웃음’이에요. 표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이들은 더 많이 웃기 시작했어요.”

화가 김남표는 이번 경험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무엇을 주려고 했는데, 내가 오히려 멘붕이 왔어요. 아이들이 칠해놓은 그림을 보면 내가 안되더라고요. 나는 어릴 적 붓질을 하며 선생님과 배틀하듯 놀았던 그 희열을 기억해요. 붓질의 폭력성, 그 안에 있는 묘한 에너지, 그게 전율이었어dy. 그런데 여기선 계획대로 탁탁 되는 게 아니에요. 아이들의 순수한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어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어요.”

예술은 도구가 아니다.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침묵의 시간을 통과해 표현이 깨어나는 그 공간에서, 펨바의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말’했다.

붉은 선, 푸른 점, 초록의 물결이 겹쳐 만든 거대한 추상화는 결국 희망의 지도였다.

언젠가 아이들이 이 지도를 따라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며 펨바의 오늘은, 예술이 만들어낸 가장 뜨거운 내일을 품고 있었다.

예술은 경계를 넘는다. 세상과 세상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를 잇는 투명한 포털처럼.

펨바의 아이들과 화가들이 함께 만든 이 추상화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희망의 지도이며 감정의 파장이고, 연대의 에너지가 발화된 최초의 풍경이었다.

계획보다 흐름이, 설명보다 진심이 앞섰다. 그 진심의 붓질은 결국 ‘아트 인 퓨처(Art in Future)’라는 이름 아래, 세상을 감응하게 하는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한편,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 런이 결성한 제4차 국제예술나눔 프로젝트 ‘K-Emotion 아트드림 탄자니아’는 7일부터 2주간 탄자니아 펨바 지역에서 어린이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현대미술 작가 김남표, 아트놈, 박성수, 연누리와 함께 배우 유준상, 영화감독 민병훈 등 총 6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회화, 조각, 자수,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수업을 펼친다.

AIF 김윤섭 이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예술적 체험이 지닌 잠재적 가치와 역할은 무궁하다. 단순한 정서적 위로를 넘어, 어린이와 청소년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작년 챠케챠케 CDP센터와의 사전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보다 본격적인 ‘K-Emotion’ 예술체험을 실현하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