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울=뉴시스]박정규 특파원, 문예성 기자 =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7일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해 “상호 존중은 국가 간 교류의 기본 준칙이자 중·미 관계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날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양회 외교분야 기자회견에서 “그 어떤 나라도 한편으로는 중국을 탄압하고 억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왕 부장은 미국이 관세 압박의 원인으로 제시한 펜타닐 대응에 중국이 충분히 협력했다는 점을 들면서 “미국은 은혜를 원한으로 갚아서는 안 되고 이유 없이 세금을 인상해서도 안 된다”면서 “이는 책임 있는 대국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이 몇 년간의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다시 한 번 복기해야 한다. 무역 적자가 확대됐나 축소됐나, 제조업의 경쟁력이 올랐나 떨어졌나, 인플레이션이 호전됐나 악화됐나, 민중의 생활이 좋아졌나 나빠졌나”라며 “중·미 경제·무역 관계는 상호적이고 대등하다. 무작정 압박을 가하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왕 부장은 “이 세계에는 190개 이상의 국가가 있다. 만약 각국이 자국 우선을 강조하고 힘의 지위를 맹신한다면 이 세계는 정글의 법칙으로 후퇴하게 될 것”이라며 “소국과 약국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고 국제 규칙과 질서는 심각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산둥반도의 이권이 일본에 넘어간 파리강화회의를 언급하면서 “신중국 외교는 국제 공리의 편에 확고히 서고 강권과 패권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야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국은 국제적 의무를 다하고 대국의 책임을 잘 이행해야 한다”며 “이익만 추구해서는 안 되고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더욱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양에는 ‘영원한 친구는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 있다”며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친구는 영원해야 하고 이익은 공동의 것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왕 부장은 또 우크라이나 종전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중국은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중국은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국제 사회와 함께 위기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이상 지속된 점을 들면서 “돌이켜보면 이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전은 상호적이고 동등하다. 한 나라의 안전은 다른 나라의 불안정을 바탕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왕 부장은 중국의 평화유지군 파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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