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독일 차기 총리 선출이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2000억 유로(약 300조8280억원) 규모의 특별 방위비 기금 편성을 위해 사회민주당(SPD)과 협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메르츠 대표는 미국의 집단방위체제 이탈 가능성과 러시아의 위협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럽의 자체 방위력 증강을 역설하고 있는데, 첫걸음으로 자국 방위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방위비 확대에 반대하는 독일대안당(AfD)과 좌파당(Die Linke)이 차기 의회에서 입법 저지선(210석)을 넘는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현 의회 회기 내에 방위비 편성을 통과시키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의 기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25일 현 집권당인 사회민주당과 특별 방위비 기금 관련 초기 논의를 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특별 기금 편성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어떤 말을 하기에 너무 이르다. ‘대화가 있다’는 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독일 공영방송 DLF에 따르면 논의되고 있는 기금 규모는 20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민당과 사민당은 이 금액의 사실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민당이 사민당과 합의하고 녹색당, 자유민주당(FDP) 등 중도 정당 지지를 확보할 경우 내달 25일 차기 의회가 출범하기 전 특별 방위비 기금 편성이 통과될 수 있다.
옌스 슈판 기민당 부대표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사민당뿐 아니라 녹색당, FDP와도 접촉해 방위비 편성 입장을 타진할 계획이다.
특별 기금 편성은 정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0.35%로 제한하는 헌법상 재정준칙을 우회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지출 방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2월에도 숄츠 내각과 우파 야당의 합의로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방위비 지출을 편성한 바 있다.
다만 장기적 방위력 증강을 위해서는 헌법상 재정준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AfD와 좌파당이 연합해 반대할 경우 불가능하다.
AfD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강하게 반대하며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좌파당은 국방비 확대와 독일 재무장에 반대한다.
헌법 개정이 어려울 경우 유럽연합(EU) 차원의 우회로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EU 집행위원회는 방위 분야 투자를 재정 규제에서 면제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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