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사업의 ‘저자본-고보증’ 구조를 ‘고자본-저보증’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PF 개선안으로 추진하는 자기자본비율 확충이 주택 공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부동산 PF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강준현 정무위원회 간사가 주최하고,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이 주관했다.
발제자로 나선 황순주 KDI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PF의 문제점과 구조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KDI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344개 사업장(총사업비 136조원)의 재무정보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5.2%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평균과 달리 중간값은 2.5%로,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높은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일반 사업장은 대부분 자기자본비율이 낮게 나타났다”며 “주거용과 지방은 2%로 더욱 낮았고, 상업용과 수도권은 3%대”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로 인해 ▲영세 시행사의 막대한 개발이익 독점 ▲한탕을 노린 영세 시행사 난립 ▲개발사업 사업성 평가 부실화 ▲경기순응성 및 거시변동성 확대 ▲묻지마대출로 인해 거시건전성 훼손 등의 문제가 나타나면서 “이익은 독점화, 위험은 사회화”가 된다는 게 황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지난해 11월14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PF 선진화 방안’에 대해선 “자기자본비율 20% 상향을 위한 규제와 지원은 저자본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라고 평가했다.
황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 소수의 최상위 사업장만이 자기자본비율 20%를 맞추고 있어 당장 20%를 요구하는 건 어렵다”며 “연도별로 점진적, 순차적으로 대책을 시행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연구위원이 ‘부동산PF 위기의 진단과 기회’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이 연구위원은 “작년 9월 말 기준 PF 대출 잔액이 130조3000억원으로 2023년 말 대비 3.9% 감소하는 등 감소 추세”라면서도 “본PF로 연결되는 브릿지론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8%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PF 선진화 방안으로는 ▲에쿼티 금융시스템 환경 조성 ▲PF 통계시스템 구축 ▲PF관련 신규 평가지표 마련 ▲부동산 개발 공급여건 개선 ▲부동산시장 수요 여건 개선 ▲한국형 디벨로퍼 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디벨로퍼의 자기자본을 외부에서 모으는 역량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며 “시행사의 대주주 배정, 외부 투자자의 지분투자 활성화와 함께 프로젝트리츠, PFV 등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시행능력평가제도를 신설해 개발사업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시행업계의 투명성을 제고하며 우수 디벨로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자체 재량에 의해 사업이 장기화되는 것을 벗어날 수 있는 ‘인허가지원센터’ 설립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PF 자기자본비율 상향 등 규제 강화와 주택 공급과의 상관관계를 놓고선 의견이 엇갈렸다.
황 연구위원은 “시계열 자료상 PF가 줄어들수록 공급이 감소하는 경향은 관찰되지 않는다”며 “PF 자본 확충으로 이자 비용과 공사비가 줄어들게 되면서 주택 공급 비용이 낮아지는 측면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연구위원은 “PF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 강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대출 가능한 사업장 수가 은행권은 40%, 제2금융권은 60% 감소하게 된다”며 “공급이 점점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출 가능 사업장이 줄어들면 주거 불안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저자본-고보증 구조는 영세 시행사를 양산하고 부실한 사업성 평가를 초래해 무분별한 투자를 하게 되는 구조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며 “사업 주체의 자기자본기여를 높이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정부가 생각하는 부동산PF 발전 방안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대출 중심에서 투자,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단기적 개발 중심 엑시트(회수)에서 개발자가 운영까지 같이하는 종합적 영역으로 역할을 넓히고, 정부의 PF 관리 수준을 높여 정보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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