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 죽음, 韓 연예계 '오징어게임 실사판'이기 때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배우 김새론(25)의 사망과 관련 한국 연예계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실사판이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 BBC는 19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게재된 ‘실사판 ‘오징어 게임’ 김새론 사망, 한국 연예인 문화 드러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새론의 죽음은 스타에 대한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감시하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비판을 다시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BBC는 한국 연예계는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며 팬이 2억2000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는 한국 인구의 4배에 해당하는 숫자다.

하지만 동시에 덜 화려한 측면에 대한 주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BBC는 “한국은 삶의 대부분 영역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선진국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전반적인 자살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20대의 사망률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에 대한 압박은 유명인의 경우 더욱 극심하다고 했다. 이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경력을 만들거나 망칠 수 있는 강박적인 ‘슈퍼 팬’의 요구에 직면한다고 부연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실수라도 경력이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새론이 음주사고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에서 분량이 편집된 것이 예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은 BBC에 “유명인은 (실수 이후) 법적 처벌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끊임없는 비난의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BBC는 그러면서 2019년 악플러들과 다툼 끝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K팝 기수 설리와 구하라를 언급하며, 이들은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설리는 K팝 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팬들을 화나게 했고, 악플러들은 구하라와 그녀의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비난했다”고 부연했다.
김 평론가는 또 BBC에 “일부 사람들에게 사이버 괴롭힘은 돈벌이 수단이 되기도 했다”면서 “유튜버는 조회수를 얻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댓글을 얻고, 뉴스 매체는 트래픽을 얻는다. (김새론의 죽음이) 현 상황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인 댓글을 남기는 것에 대한 더 가혹한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새론의 부친은 딸의 죽음과 관련 유튜버들을 비판했다. 그들이 게시한 논란 영상이 그녀에게 깊은 정서적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다. 또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보도해 김새론에 대한 대중의 적대감을 조장한 것으로 알려진 언론 매체들도 비판을 받았다.

BBC는 시민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미디어 주도의 인신공격은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사실도 특기했다.

아울러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나종호 조교수가 김새론의 비보 이후 소셜 미디어에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고 꼬집은 글도 BBC는 덧붙였다.

김새론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를 주목 받게 한 영화 ‘아저씨’를 함께 촬영한 배우 원빈, 그녀와 절친했던 배우 한소희, ‘악뮤’ 이수현 등이 조문했다. 고인은 19일 유족과 지인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고 영면에 들어갔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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