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교육청, 공기청정기 입찰 '이상한 변경'…학교현장 혼란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경북교육청이 교실 공기청정기 임대 입찰을 교육지원청에서 단위 학교로 갑자기 이관해 혼란을 키우고 있다.

11일 경북교육청과 공기청정기 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역 교육지원청별로 진행된 이 입찰은 당초 ‘스탠드형만 참가’하도록 규정됐다가 ‘학교 및 교실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입찰’이라는 논란이 일자 ‘스탠드형 또는 벽걸이형’으로 바뀌었다.

지난 1월부터 일부 교육지원청들은 입찰 공시를 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일반입찰(총액입찰)’ 또는 ‘카탈로그 입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임대료가 높아지고(일반입찰), 타 지역 업체만 배불리는(카탈로그 입찰) 입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3년 전 담합을 한 업체들이 이번에도 참여하고자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공기청정기 입찰 문제로 잡음이 일자 경북교육청은 지난 5일 지역 교육지원청 담당자들과 모임을 가진 후 입찰을 학교가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담합 의혹을 받는 업체들을 이번 입찰에서 배제하면 이들이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입찰이 중지되면서 학교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담당 공무원도 소송에 휘말리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입찰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학교는 물론 입찰을 준비하던 업체들에게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한 학교의 행정실장은 “교육청이 학교의 업무부담을 줄여준다고 그렇게 외치더니 이런 일을 갑자기 떠맡겨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이 ‘용역 계획 변경’ 공문에서 ‘지역 업체 우선 계약’ 방침을 밝히자 포항과 구미의 일부 학교들은 입찰 참가 자격을 ‘경북’이 아닌 ‘포항시’ 또는 ‘구미시’로만 한정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경우 업체가 그 지역에 없거나 있어도 1개 정도여서 입찰이 불가하거나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특혜입찰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대부분의 학교가 수의계약을 할 것으로 보여 임대료가 오를 전망이다. 학교들은 교육청이 배정한 예산을 사용하고 남는 예산은 반납하기 때문에 굳이 임대료가 낮은 업체를 선정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경북교육청이 배정한 월 임대료인 대당 3만8000원의 90% 선에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최저가 입찰(올해의 경우 70% 선에서 낙찰 전망) 때보다 대당 월 7000~8000원 정도의 예산이 더 들어간다. 도내 올해 공급될 2만7777대에 이를 곱하면 대략 2억원 내외의 예산이 더 들어간다.

이번 입찰 방식 변경으로 담합 의혹 업체만 좋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도내 1455개 유치원·학교를 대상으로 뛰어다닐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데다 학교 담당자들은 경북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과 달리 담합 의혹 업체의 정보(회사 이름. 제품 등)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경북교육청이 임대료를 낮추는 최저가입찰제를 외면하고, 담합 의혹 업체를 규제할 의지도 보이지 않으면서 골치가 아프니까 이 부담을 학교로 떠넘겼다. 이런 일은 전국에서 경북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pr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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