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울산의 한 대학생이 군 복무 중 생면부지의 20대 남성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에게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해 귀감이 되고 있다.
조혈모세포는 모든 종류의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줄기세포로 백혈병, 혈액암 환자에 필요하다. 다만 비혈연 관계에 있는 기증자와 환자의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수만 분의 1 정도로 낮다.
7일 울산과학대학교에 따르면 간호학부에서 1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 군휴학 중인 배정호(21)씨가 지난 4일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배씨는 2023년 5월 울산과학대 ‘조혈모세포희망포르젝트’ 기증 행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12일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은 육군 15사단 번개여단에 배정호 학생과 조직적합성항원(HLA·Human Leukocyte Antigen)이 일치하는 20대 남성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가 나타났으니 조혈모세포 공여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와 기증자의 HLA가 일치해야 하는데 일치 확률이 부모와는 5% 이내, 형제자매간에는 25% 이내이며, 타인과는 2만 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일치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HLA 일치 통보 이후 배씨의 조혈모세포 기증 일정은 고대안암병원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30일 건강검진이 진행됐고, 1월31일~2월2일에 백혈구 촉진제 투여, 3일 입원, 4일 말초조혈모세포 기증, 5일 퇴원이 진행됐다. 보통 조혈모세포 채집은 헌혈하듯이 이뤄지며 한 번에 4~5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에는 식사를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한다.
아주 낮은 확률을 뚫고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배정호 씨는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할 때 일치 확률이 높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2년도 지나지 않아서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아서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좋은 기회가 생겨 기쁘다”라고 밝혔다.
이어 “1년 6개월이라는 군 복무 중에 뜻깊은 일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고, 내 결심만으로 비슷한 나이대의 환자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조혈모세포 기증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으니까 많은 사람이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통해서 투병하고 있는 분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조혈모세포 기증을 통해서 모르는 사람의 손을 잡아 그를 희망으로 이끈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사람의 손을 잡아주어 희망과 생명을 선물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울산과학대학교는 조혈모세포희망포르젝트를 통해 2021년 127명, 2022년 250명, 2023년 300명, 2024년 5월 240명의 재학생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또 2024년 9월에는 ‘생명나눔 주간’을 맞아 조혈모세포 기증에 180명, 장기기증에 120명이 동참하며, 매년 기증의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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