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책임' 인정된 장애인 접근권…"법 개정 등 후속조치 해야"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장애인 접근권 제한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법 개정과 행정 지침 개선 등 후속 조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애인단체 등은 24일 오후 ‘모두의 1층을 위한 향후 과제’라는 제목으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토론회는 장애인생활편의시설 접근권과 관련해 지난달 내려진 대법 판결의 의의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기 위한 자리로, 김예지·최보윤 국민의힘 의원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및 관련 단체의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9일 장애인 당사자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고에게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선 바닥 면적 합계를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22년까지 바닥 면적 합계 기준은 300㎡ 이상이었다가 2022년 50㎡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됐다. 개정 전 시행령 규정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중 97% 이상이 장애인 편의제공의무 면제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법은 24년 넘게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국가의 행정입법 부작위는 위법한 것이며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용혁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판결에 대해 “장애인의 권리 침해를 장기간 방치한 국가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시설에 대한 접근권,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권 등 모든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됨으로써 우리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수호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음을 보다 강력히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상원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관련 법 개정 및 행정지침 개선 등 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과제를 제시했다.

한 변호사는 장애인등편의법 및 시행령 개정 방향과 관련해선 소급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소급 적용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로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둘 것인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논의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하며 시설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세심히 들어야 한다”며 “(대책 마련) 과정에서 국가 및 지자체의 다양한 금융과 기술, 나아가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도로점용허가’ 등 경사로 설치를 막는 행정적 문제도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허가는 도로법에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 점용이 허가되고, 또 허가가 되지 않는지 구체적인 규범은 없다. 이에 현재 도로변에 설치된 경사로 중 상당수가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한 변호사는 “지자체에선 관련 허가 사례가 드물고 민원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도로점용 허가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며 “이에 장애인 관련 부처에선 경사로 설치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와중에 도로관리 관련 부처에선 이미 설치된 경사로를 불법점용물이라는 이유로 단속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점용이 필요한 도로가 국가 소유의 부지일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며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관련 선례와 지침이 없다며 국유재산 대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상의 문제들은 관련 지침의 제정과 행정절차 개선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다”며 “특히 관련 부처간 협조체계를 만들어 도로점용에 관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대법) 판결문에 담겨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어떻게 지키고 보장할지는 대한민국 행정부가 책임과 의무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행하는지 달려 있다”며 “역사적인 판결이 문서로만 남지 않도록 그 무게에 맞는 빠른 결정과 이행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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